▲ 자료사진 <공공연맹>

고 박종철씨는 공무원 재해보상법에 따른 순직을 인정받은 최초의 무기계약 공무직이다. 충북도청 도로보수원이었던 고인은 2017년 7월16일 폭우가 쏟아진 청주 오창읍에서 침수된 도로를 복구하다 목숨을 잃었다. 새벽 6시께 현장에 긴급출동해 삽과 곡괭이를 들고 점심도 거른 채 무려 16시간 동안 토사를 파냈다. 오후 9시쯤 일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으려 자신의 차량에 올랐다가 눈을 감고 말았다.

고인의 죽음은 2018년 공무원 재해보상법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공무수행 중 사망하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당시 법 개정에 앞장섰던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고 박종철씨 유족과 동료 앞에서 "박종철법 통과는 무기계약 공무직 처우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라며 공무직 처우개선을 약속했다. 그런데 박종철씨 동료들은 "고인이 숨진 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시종 도지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만 운전대 잡는 관용차
공무직은 삽과 곡괭이로


19일 공공연맹과 충북도청공무직노조에 따르면 충북도청과 노조의 임금·단체협상이 좀처럼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고 박종철 조합원은 멀쩡한 굴착기 차량을 눈앞에 두고도 공무직 노동자라는 이유로 이용할 수 없어 삽 한 자루로 16시간 동안 토사를 치우다 사망했다"며 "올해 초 충청북도 공용차량 관리규칙이 개정됐지만 삽 한 자루, 곡괭이로 도로를 보수해야 하는 공무직 처우는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충북도는 공무원만 관용차량을 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 '충청북도 공용차량 관리규칙'을 올해 4월 개정했다. 관리규칙 31조(차량 직접 운전)에 "운전원이 부족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소속직원이 차량을 배차받아 직접 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공무직도 관용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리규칙은 바뀌었지만 충북도는 공무직이 이용할 수 있는 관용차(작업차)를 별도로 배정하지 않았다. 노조가 관용차 배정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라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충북도는 도의회에 예산배정조차 요구하지 않았다. 지금도 공무직 도로보수원들은 자신의 차량에 예초기와 각종 장비를 싣고 도로보수 업무를 한다.

충북도 공무원 노사복지팀 관계자는 "도로보수원 관용차량 이용에 대한 근거를 담은 규칙이 개정돼 7월1일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며 "1년간 운영과정을 지켜본 뒤 미비점을 개선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청주시만 해도 도로보수원들이 대형차량을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북도만 도로보수원에게 관용차량을 배차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다. 더구나 국토교통부 훈령에 따르면 도로구간 15킬로미터당 도로보수원 1명을 배정해야 하는데, 충북도는 도로보수원 1명이 평균 22킬로미터를 관리한다. 현재 77명인 정원을 110명으로 늘려야 한다는 게 노조 요구다. 충북도는 "증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위험구간은 외주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을 부추겼다.

호봉테이블·근속수당 요구하자
"공무원과 같을 수 없다"는 충북도


충북도는 지난해 공무직에 호봉제를 도입했다. 그런데 근속에 따른 격차 반영이 미흡하다. 3년을 근속해도, 5년을 근속해도 한 호봉으로 인정된다. 호봉승급일을 입사일을 기준으로 한 탓에 외려 근속 역전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정근수당을 신설해 문제점을 개선하자고 요구했지만 충북도는 이마저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의 교섭권을 위임받아 충북도와 협상 중인 공공연맹은 "충북도가 호봉테이블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공무원과 같은 형태의 수당은 불가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훈 연맹 조직처장은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진정성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하지 않는다면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노조가 16~18일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조합원 87.6%(227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23일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이 결렬되면 파업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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