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를 재난으로 인정하고 관련 사업장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 피해가 재난에 해당하는지부터 논쟁거리다. 선택적 시간근로제 확대를 포함한 유연근로제 확대 요구와 맞물려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일본 수출규제 품목에 해당하는 업체로 확인된 기업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국산화를 위해 연장근로가 불가피한 경우 인가연장근로를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근로기준법은 53조(연장근로의 제한) 3항에 따라 주 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경우 상시 30명 미만 사업장에 한해 8시간 한도로 2021년 7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허용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근기법 개정 없이 53조4항(일명 인가연장근로)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조항은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와 근로자 동의를 받아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사태가 급박해 고용노동부 장관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 인가와 노동자 동의를 받으면 근기법 53조의 제한 규정에도 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고, 탄력적 근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관련 조항에서 제한한 노동시간을 넘겨 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근기법 시행규칙(9조2항)은 이와 관련해 특별한 사정을 “자연재해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 따른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기 위한 연장근로를 피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재난이나 이에 준하는 사고로 간주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수출규제를 재난이나 그에 준하는 사고로 간주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다. 재난안전법에서 재난은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된다. 사회재난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 마비, 감염병이나 가축 전염병, 미세먼지 피해를 말한다.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현행 근기법 시행규칙상으로는 일본 수출규제가 재난이나 재난에 준하는 사고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노동계는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노동시간 유연화와 맞물려 주 52시간제 파행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재계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관련해 인가연장근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일각에서 재계와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재량근로제·특별연장근로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일본의 무역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제안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주 52시간제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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