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가동을 멈춘 한국지엠 군산공장.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내연기관차 생산공장이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2021년부터 전기차 생산공장으로 바뀐다.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5월 군산공장 문을 닫은 지 10개월 만에 새 주인이 나타나면서다. 새로운 전기차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3천여개 일자리가 직·간접적으로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침체된 군산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5년 SUV 전기차 15만대 양산 목표=3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한국지엠은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인 엠에스오토텍 등 6개 기업이 참여한 엠에스그룹 컨소시엄과 군산공장 인수협약(MOU)을 체결했다. 군산공장 토지·건물 인수대금은 1천130억원으로 정식계약은 6월28일 체결된다.

컨소시엄은 공장인수와 초기생산시설에 2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공장 생산라인 정비를 거쳐 2021년부터 연간 5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5년 내 자체 모델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2025년부터 15만대 양산이 목표다. 차종은 모두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형 전기차다.

컨소시엄이 밝힌 직접고용 규모는 900명이다. 한국지엠 완성차공장 시절(2천여명)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컨소시엄은 전기차 생산량이 늘어나면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은 "예전 완성차 시절 고용규모만큼은 안 되겠지만, 지금은 그 정도 고용이라도 생겨 다행인 상황"이라며 "앞으로 고용형태나 노동조건 같은 일자리 질이 어떨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역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으니 임금축소나 장시간 노동을 감내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지난 29일 전북도청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엠에스그룹측이 '임금 등 근로조건은 사내 기준에 맞출 예정이고 임금을 적게 주기 위해 투자한 것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엠에스그룹의 주력 회사인 엠에스오토텍의 경우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3천700만원이다.

◇무너진 지역경제 활기 찾나=전라북도와 군산시는 2017년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쇄에 이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로 최악의 상황에 놓였던 지역경제에 다시 온기가 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1만2천여개 일자리가 사라져 버렸다. 공장노동자 2천여명 중 1천400여명은 희망퇴직했고 400여명은 무급휴직 상태로 복직을 기다리고 있다. 부평·창원공장에 전환배치된 인력은 200명뿐이다.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 신청자 3명이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했다. 164개 협력업체는 축소되거나 폐업했고, 1만여명의 협력업체 노동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공장 폐쇄 여파는 지역경제 악화로 이어졌고, 군산은 고용위기지역·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됐다.

군산상공회의소는 성명을 내고 "침체한 군산지역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컨소시엄·전북도·군산시·노동계가 협력해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모범으로 진행하자"고 밝혔고, 참여자치군산시민연대는 "새 공장이 가동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규모의 경제? "글쎄"=기대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전기차 사업 수익성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군산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려면 수천억원이 들어갈 텐데 감당할 여력이 될지 모르겠다"며 "1천130억원으로 군산공장 껍데기만 산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총 투자금액 2천억원 중 공장인수대금을 제외하고 남은 870억원으로는 생산라인을 재정비하기까지 턱없이 부족하고, 추가 투자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액이나 임금·노동조건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고 봐야 한다"면서도 "전기차 수익성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공장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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