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이 노조 전임활동 중 스트레스와 장시간 노동으로 쓰러져 지주막하출혈(뇌출혈) 진단을 받은 전임자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7월 근로복지공단에 내려보낸 '노조전임활동 중 발생한 재해의 산재인정기준'이 적용된 첫 사례다.

노동부는 해당 지침에서 노조전임자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노동자로 인정하고, 단체교섭·임금협상처럼 정신적·신체적 부담이 큰 전임활동 중 발병한 뇌심혈관계질환을 산재로 봤다. 지금까지 공단은 "사업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지위에 있지 않다"며 전임자의 업무상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본지 2018년 7월23일자 12면 '노조전임 활동 중 질병도 산재로 인정받는다' 참조>

발병 전 3개월 1주 평균 83시간45분 일해

30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와 노무법인 참터 충청지사에 따르면 공단 천안지사는 지난 27일 충남지역 철강업체 H사 노조전임자였던 A씨가 신청한 산재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했다.

A씨는 올해 3월 노조 성명서를 작성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지난해 11월부터 노조 선전부장으로 전임활동을 하던 A씨는 이듬해 1월까지 이어진 임금교섭 기간에 회사에서 철야농성을 하면서 24시간 비상대기 상태로 매주 소식지·속보를 발행했다. 또 노조 상근자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본업무인 선전업무 외에도 3개 보직을 더 맡으면서 1인4역을 했다. A씨의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74시간56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83시간45분으로 산정됐다.

게다가 두 차례 임금협상안이 부결되고, 일부 공정 매각 대응과 조합원 산재사망 사건까지 겹쳐 A씨가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해 하루 전 노조위원장이 전격 사퇴선언을 하고, 긴급회의 끝에 집행부 총사퇴가 결정되는 등 돌발상황도 벌어졌다. 이와 관련한 성명서를 작성하던 A씨는 극심한 두통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지주막하출혈 진단을 받은 A씨는 7월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공단 대전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재해자가 노조업무 상근으로 근무하면서 4개 보직을 겸직하고, 두 차례 임금협상안 부결, 발병 전 24시간 이내 돌발상황에 준하는 집행부 총사퇴 등 정신적인 압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복합적으로 노출됐고, 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만성과로 기준에 해당한다"며 "신청상병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업무시간 파악 곤란한 특성 고려
재해자 진술로 업무시간 조사


한편 공단 천안지사는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에 따라 A씨 업무시간을 당사자와 동료 전임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산정했다. 공단이 올해 1월부터 시행한 뇌혈관질병·심장질병 업무상질병 조사 및 판정 지침은 재해조사 내용상 업무시간 및 업무상 부담요인과 관련한 노동자 진술에 대해 명백하게 반증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경우 노동자 진술을 바탕으로 업무시간 및 업무상 부담요인 조사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임업무 특성상 A씨 업무시간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출퇴근시간기록부가 없었다. A씨 업무시간을 두고 당사자와 회사 진술이 20시간 정도 차이가 났지만, 공단은 A씨와 동료 전임자들의 진술을 받아들였다.

A씨를 대리한 김민호 공인노무사는 "전임활동 중 발생한 재해의 산재인정기준 시행 후 공단이 산재를 인정한 첫 사례"라며 "업무시간 파악이 곤란한 특성을 고려해 재해자 진술을 토대로 업무시간과 업무상 부담요인을 조사해 인정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