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고공농성을 종료한 뒤로는 교사 고충상담과 임금·단체협약을 하면서 현장 사업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어요. 그동안 연대해 주신 분들께 빚 갚는 마음으로 기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지부장 오수영)가 2007년 12월 시작한 농성을 2013년 8월 종료한 지 4년이 지났다. 그사이 2015년 유명자·박경선씨가 원직복직에 합의해 주목을 받았고, 조직 내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이를 제외하면 2013년 농성 종료 이후 지부 상황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오수영 지부장은 “농성을 끝내고 현장에 돌아왔을 때 현장 교사 사이에서 일부 반노조 정서가 있었다”며 “이를 회복하기 위해 4년간 현장 사업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부 상황과 쟁점을 살펴봤다.

노조 인정 못 받아 서러운 재능교육지부

학습지교사는 특수고용 노동자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노동 3권에서도 배제돼 있다. 지부는 1999년 12월 노조설립신고증을 받은 후 투쟁하면서 노조 명맥을 유지했다.

장기 농성 중이던 2012년까지만 해도 서울행정법원은 학습지교사(재능교육 교사)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아니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2014년 서울고등법원이 서울행법 판결을 뒤집고 노조법상 노동자도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대법원 심리 중이다. 오수영 지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 3권을 쟁취하기 위해 정부에 관련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단협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어”

재능교육 노사는 지난해 6월 말부터 임단협을 하고 있다. 7일에도 교섭을 했다. 노사가 체결한 단협은 2016년 7월 유효기간이 만료된 상태다.

지부는 애초 제시했던 요구안을 상당수 양보하고 현행을 유지하기로 회사와 공감대를 이뤘다. 지부는 △10년차 이상 교사까지 장기유지 표창 확대 △하절기 지원금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확대 △산재보험과 상해보험 동시 가입을 제시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은 쟁점은 네 가지다. 지부가 요구한 수수료 체계 변경과 부정영업진상조사위원회 설치 운영, 회사가 제시한 노조전임자 활동비 지급 중단과 단체협약 효력 기간 변경이다.

지부는 단협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오수영 지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가 조직한 노조 중에서 ‘임단협’이라는 이름으로 협상을 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조합원수가 뻔한 상황에서 후퇴된 안으로 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쟁점 중에 양보할 내용은 없다”며 “수익과 직결되는 수수료 문제에 대한 노조 요구안은 꼭 관철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오 지부장은 특히 “임단협에 따르면 협약은 협약기간이 경과한 뒤 협약이 갱신될 때까지 유지된다”며 “교섭을 체결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울 것은 없으니 후퇴된 안으로 합의할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현장 교사와 간극 메워 나갈 것"

지부는 조직력 복원에 주력하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재능교육 교사는 3천500명 정도인데, 조합원은 30여명에 불과하다. 99년 처음 노조를 설립했을 때에는 조합원이 1천여명이었다. 2001년에는 3천500여명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이듬해 검찰이 학습지교사는 노동자가 아니어서 노사 단협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조합원들이 대거 탈퇴했다. 당시 노동부는 재능교육이 단협을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그러나 재능교육지부가 근로자가 아닌 자로 구성돼 있어 노조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측 단협 위반을 형사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0년 말 무렵에는 조합원이 11명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황창훈 학습지노조 위원장은 “현재 교사 규모 대비 조합원수를 고려했을 때 조직력 확대가 시급하다”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조직력 확대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영 지부장은 “우리가 지금 이런 내용을 가지고 회사와 교섭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교사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지부가 장기간 외부에서 투쟁을 하고 불매운동도 하면서 교사들과 간극이 많이 벌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도 하고 정기적으로 교사모임도 하면서 다가갈 계획”이라며 “노조는 결의·결사를 하는 곳이라기보다 일상에서 부당함에 맞서 싸우는 조직이고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을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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