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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인원감축 노사갈등 들여다보니] 정규직 전환 재정 부족? 대학 적립금 '수백·수천억원'동국대 적립금 2년 새 118억원 늘어 … 2015년 대비 지난해 청소용역비 3억5천만원 줄어
   
 

사립대 청소·경비노동자 인원감축으로 인한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29일 총장실 점거와 함께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정년퇴직한 8명 자리 충원을 요구했다. 이달 9일부터는 노동자들이 서로의 목을 빨랫줄로 연결한 채 동국대 본관 총장실 앞을 지키고 있다. 각 건물에 대체인력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주요 청소장소를 막는 과정에서 대학·업체 관리자들과 물리적 마찰을 빚었다. 사립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정년퇴직자 자리를 비워 두는 방식으로 인원을 줄이고 있다.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16일부터 결원노동자 31명 충원을 요구하며 일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해 본관 로비에서 농성 중이다. 숭실대·단국대·포항공대·한동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는 감원·근로시간 변경을 시도하거나 진행해 구설에 올랐다. 논란이 됐던 고려대·홍익대는 청소노동자 해고계획을 철회했다.

대학들은 인원감축 이유로 “재정 부족”을 꼽는다. 입학정원 감소와 등록금 동결에다 올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재정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노동계는 “거짓말”이라고 맞받아친다. 각 대학 곳간에 충분한 적립금이 쌓여 있다는 것이다. 11일 <매일노동뉴스>가 대학별 적립금 규모를 포함한 재정상황을 들여다봤다.<표 참조>

2016년 적립금 동국대 761억원, 연세대 5천307억원

교육부 '대학알리미' 등을 통해 인원감축 방침을 내세운 5개 대학(동국대·연세대·숭실대·단국대·대구대) 재정상황을 분석했더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4개 대학에서 교비회계 적립금이 늘었다. 1개 대학은 감소하긴 했지만 1천억원대의 적립금이 남아 있었다. 적립금이 불어나는 상황에서 청소용역비를 줄인 대학도 발견했다.

동국대 서울캠퍼스 적립금은 2014년 643억2천400만원에서 2015년 673억200만원, 2016년 761억7천700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2년 새 118억5천300만원이 늘어났다. 반면 청소용역비는 2015년 57억900만원에서 2017년 53억6천만원으로 3억4천900만원 줄어들었다.

연세대 신촌캠퍼스 적립금은 2014년 5천226억3천500만원에서 2016년 5천307억2천200만원으로 증가했다. 시설용역비(청소·경비·시설용역)는 2015년부터 2년간 47억원(2017년 267억9천600만원)이 늘었다.

숭실대도 적립금이 2014년 899억4천500만원에서 2016년 943억4천900만원으로 44억원 정도 증가했다. 단국대 적립금은 같은 기간 242억4천700만원에서 261억3천600만원으로 19억원 늘었다. 대구대는 2014년 1천347억1천300만원에서 2016년 1천235억4천700만원으로 적립금이 줄었지만 여전히 1천억원대 적립금이 쌓여 있다.

사립대 주요 수입원 중 하나는 국고보조금이다. 최근 사립대 국고보조금은 계속 증가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사립대 국고보조금은 2012년 3조9천28억원에서 2016년 5조5천147억원으로 1조6천119억원 늘었다. 연세대는 2016년 사립대 중 가장 많은 국고보조금(3천105억원)을 받았다. 동국대와 단국대는 979억원과 942억원, 대구대는 622억원, 숭실대는 547억원을 받아 챙겼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사무처장은 “올해 최저임금이 올라 봐야 청소노동자 1인당 월 20만원, 연 200만~300만원 정도 오른 것”이라며 “전체 대학 재정으로 보면 일부분인데도 인원을 감축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립대도 정부에 국고지원금을 받는 만큼 재원을 공적목적을 위해 사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재원을 노동자 처우개선에 사용하지 않고 몇백 억원, 몇천 억원씩 쌓아 두고 경제논리로만 운영할 거면 정부에서 국고지원금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적립금 노동자 임금으로 전용 가능”

한편에서는 “적립금은 건축기금이나 장학금 등 정해진 용도에 집행해야 하므로 노동자 임금으로 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행정·대외부총장은 이달 7일 동문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학교 기금(적립금)을 투입하라는 요구와 관련해 “대부분 장학금이거나 기부자가 사용 목적을 지정한 기부금이라서 전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32조의 2)은 “학교법인의 이사장은 교육시설의 신축·증축 및 개수·보수, 학생의 장학금 지급 및 교직원의 연구 활동 지원 등에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적립금을 적립할 수 있다”며 “적립금은 그 적립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대한 특례규칙(13조)에 따르면 이사장과 학교의 장은 동일 관내의 항간 또는 목간에 예산 과부족이 있는 경우 상호 전용할 수 있다. "예산총칙에서 전용을 제한한 과목 및 예산편성과정에서 삭감된 과목으로는 전용해서는 아니된다"는 단서가 달려 있긴 하지만 적립금을 노동자 임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이화여대는 반값등록금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 건축적립금에서 500억원, 기타적립금에서 850억원을 각각 전환해 1천350억원의 장학적립금을 마련했다”며 “대학들이 청소노동자 지원예산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적립금 사용용도를 변경해 청소용역비를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장기적인 목적으로 지금까지 적립금을 쌓아 왔다고 해도 재정이 부족하면 대학이 적립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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