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발전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고용형태 등 노동 변화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혁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해 대응하지 않으면 또 다른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독일의 노동4.0 모델을 착안해 한국 노동계가 노동이 존중되는 포용적 디지털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노총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독일의 산업4.0과 노동운동의 대응’을 주제로 노동4.0 포럼을 개최했다.

“사회적 안정성 향유구조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부정적 변화 중 하나는 일자리 소멸이다. 미국과 독일은 전체 일자리 중 각각 47%와 42%가 자동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까지 세계적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노동시장·직업조사연구소(IAB)는 2025년까지 독일에서 4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반면 43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진다고 관측했다. 2030년까지 70만개의 일자리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종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막연히 일자리가 상실되거나 대체된다고 판단하는 것은 일면적인 시각”이라며 “어떤 정책적 노력을 동반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직업을 더 많이 만들고, 노동자들이 실업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적절한 정책적 개입과 노력이 없다면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차원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4차 산업혁명 논의가 활발한 독일은 노사정과 전문가·시민이 참여하는 대화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혁신에 초점을 둔 산업4.0과 노동에 초점을 둔 노동4.0을 결합한 형태다. 독일 노동계는 중층적·전문적으로 노동4.0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박명준 연구위원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대안은 독일의 노동4.0과 같이 노동이 존중되는 포용적 디지털화”라며 “단순히 과거회귀적인 정규직 고용의 경직된 틀을 유지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화된 경제체계에서 필요로 하는 근무조건을 원활히 구축하면서도 거기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사회적 안정성을 향유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혁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 파악해야”

독일노조총연맹(DGB)은 중앙 차원에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한편 사회적 대화에도 참여하고 있다. 노사가 함께하는 ‘산업의 미래 협의체’에서 노동 디지털화를 논의하고, 기술 변화에 따른 노동자 교육을 위한 노사정 연합체를 꾸려 활동 중이다. 지역본부와 단위노조에서는 지역 노사정학 연합체를 구성하고, 단체협약을 통해 기술 숙련화와 노동자 재교육을 보장하고 있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을 예스(YES)나 노(NO)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로 봐야 한다”며 “기술혁신이 노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노조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노동계에 사회적 대화 참여를 주문했다.

이 소장은 “독일 노동계는 중층적·전문적으로 노동4.0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개별사업장에서도 노사가 논의를 통해 조절된 기술혁신을 이루고 노동중심적 작업조직을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명준 연구위원은 “한국의 노조는 독일처럼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지속가능한 일자리 질서를 구축하려는 거시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포용적 디지털화를 향한 새로운 사회적 대타협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노력을 겸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