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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가 4차 산업혁명에 길을 묻다] 발전한 기술, 누구를 위해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한국노총 중앙연구원, 4차 산업혁명과 노조 과제 토론회 …“사회적 대화 통해 불평등 해소해야”
   
▲ 정기훈 기자
유럽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정보통신기술에 기반을 둔 산업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술이 미래를 좌우한다는 기술결정주의와 4차 산업혁명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지만 ‘그래서 뭘 어떻게’라는 물음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독일 노동4.0을 모티브로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국 노동계는 정부 4차 산업혁명 논의에 참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사회적 논의에 참여해 기술 발전이 좋은 일자리 창출과 공정한 분배·불평등 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노동계 준비태세조차 못 갖춰

정부는 올해 9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가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정책을 만들고 있는 반면 한국은 인공지능·로봇 등 기술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노동조합의 과제’ 토론회에서 한국 4차 산업혁명 논의와 관련해 “기술이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기술로 개발해야 하는지 등의 과제가 부재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했다.

백승렬 어고노믹스 대표는 4대강 사업을 예로 들며 기술개발 목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 대표는 “일자리를 만들고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수십 조원 예산을 퍼부어 놓은 국책사업의 결과는 녹조라떼라는 비아냥뿐”이라며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목표로 수단을 정당화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기술진보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사회를 안정시키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확충하는 것”이라며 “선진국에서는 기술도입으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 가능성을 해소하고 사회 구성원이 기술 혜택을 골고루 누리기 위한 공정한 분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목적 달성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사회 구성원 간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사회적 대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현실은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주체 간 논의의 장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4차산업혁명위에서 노동계가 배제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최근 노동4.0위원회 구성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답은 없다. 노동계가 참여하는 논의구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노동계는 준비태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10월부터 11월까지 한국노총 산하 단위사업장 노조간부 472명을 대상으로 인식조사를 했더니 80.5%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변화가 예상되고 준비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68.6%는 "기술변화와 관련한 노조의 정책대응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노사협의회에서 신기계·기술 도입 관련 사항을 안건으로 제출한 경험이 있는 노조는 29.7%에 불과했다.

황선자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조간부들은 노조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며 “참여와 개입을 통해 기술·산업혁신이 일방적으로 기업 이윤추구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고 노동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을 논의해야 하나

4차 산업혁명이 과학기술 발달과 자본 이윤추구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적극적인 개입과 역할이 필요하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 소장은 “독일 노조는 총연맹과 산별 및 사업장 차원에서 중층적·전문적으로 기술혁신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며 “무조건적 거부나 찬성이 아닌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신경을 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술의 기회요소는 살리고 위협요소는 제거하는 정책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며 “총연맹과 산별 차원에서 교육과 재교육 문제에 많은 개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노동의 양적문제와 더불어 질적문제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혁신이 (노동자) 교육·작업조직·노사관계·노동복지·조직문화 등 사회적 혁신과 결부될 때 노동의 질이 높아지게 된다”며 “4차 산업혁명이 자랑하는 사물인터넷 같은 기술이 근무자들의 성과나 행동을 실시간으로 점검·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적 감시와 통제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별 기업보다는 산업 단위 공동행동이 중요하다”며 “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위한 기업 간 경쟁보다는 비슷한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임금이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임금체계에 초기업 단위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 위원은 “노조는 생산과정 재설계와 직업능력개발 투자, 상품과 서비스 혁신 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일자리 경쟁력 확보에 직접 관여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관련 프로그램이나 제도 도입과 관련해 사용자와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은영  ley141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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