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7.12.15 금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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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한 ‘찍퇴’ 인권침해 어떻게 막을까

SK플래닛이 노조간부들을 한 강의실에 몰아넣고 4년째 역량향상프로그램(PIP) 교육을 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노조간부 한 명은 교육을 받다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갔다. 시험에 통과해야 PIP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가 빠지고 피부가 벗겨졌다. 어디 SK플래닛뿐이랴. 노조하는 이들을 따로 떼어내고 저성과자를 만드는 일은 곳곳에서 일어났다. 비인간적인 교육에 부당노동행위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사업장에서 일어난 인권침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대기업 부당한 인사관행 감시·처벌 필요
주성환 SK플래닛노조위원장

   
▲ 주성환 SK플래닛노조위원장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노동자가 있어야 기업이 있다. 선량한 노동자를 저성과자로 만드는 박근혜 정권의 양대 지침과 그에 따른 대기업의 부당인사 관행은 분명 잘못됐다. 바로잡아야 한다. 부당한 인사관행은 노동자 개인뿐만이 아니라 그 가족에게도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주고, 생존권을 위협한다. 이는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사권 남용을 차단하고 부당노동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국가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에서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엄벌해야 한다. 더 이상 ‘고려장’ 같은 부당한 ‘쉬운 해고’가 정당화돼선 안 된다. 회사를 위해 헌신해 온 장기근속 노동자들이 사측의 인사권 남용으로 더 이상 저성과자로 내몰리지 말아야 한다. 노동 3권이 보장되는 헌법이 살아 있고, 노동법과 정년보장법이 지켜지는 기업문화가 살아 숨 쉬는 ‘노동 4.0’ 패러다임이 바로 정립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심판 과정에서 노조는 회사를 믿어 화해조정에 쉽게 합의했다. 어리석었다. 회사가 먼저 치유해 주기를 바랐고 치유 촉구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신의칙을 저버리고, 이를 악용해 교묘한 방법으로 부당노동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 노조가 와해될 때까지 역량향상프로그램(PIP) 고립교육과 퇴사 압박 프로그램은 지속되고 있다. 희망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4년째 대기발령과 압박교육에 내몰리고, 저성과자로 둔갑시켜 결국 직권면직이라는 통상해고로 이어지는 인사 관행에 따끔한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노동계의 아낌없는 성원을 부탁드린다. 이 땅의 선량한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더욱 헌신할 수 있는 노동 4.0 민주사회가 건설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가학적 노무관리, 정신적 폭력도 처벌해야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최근에는 가학적 노무관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업장 내에서 단순히 차별하고 불이익을 주는 정도가 아니라 참을 수 없도록 인격을 모독한다든지, 완전히 생소하고 적응할 수 없는 업무를 부여한다든지, 출퇴근이 불가능할 정도로 장거리 전보를 낸다든지, 이런 일들을 일정한 목표를 갖고 아주 의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단히 모멸감을 느끼도록 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재교육과 평가도 마찬가지다. 사업 현장에서 기술 발전이나 더 나은 숙련을 위한 재교육은 일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특정인들을 목표로 감당할 수 없는 방대한 내용의 교육을 시키거나 반대로 아무 업무도 주지 않는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비윤리적이고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SK플래닛이 쓰고 있는 방법도 거의 유사하다. 노동자가 인내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스스로 퇴사하게끔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가학적이고 인권침해적이다. SK플래닛은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한다. 근로기준법(8조)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폭행을 금지하고 있다. 물리적·신체적 폭력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될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인권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인권침해나 정신적 폭력도 금지돼야 한다.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다면 가학적 노무관리, 사업장 내 인권침해를 지금보다는 예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증권업계도 만연, 오너 처벌이 근절책 출발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 김호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SK플래닛이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을 교육프로그램을 동원해 탄압하는 행태는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노동법은 만연한 노동인권 유린을 범죄로 규정하는 데 소극적이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극단적인 상황들도 부당노동행위로 인정되는 비율은 20% 미만이며 처벌을 받아도 소액 벌금형이 대부분이다. 선진국들이 노동인권 탄압을 강력한 형사처벌과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근절하려는 태도와 대비된다. 재계서열 3위라는 SK그룹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비슷한 일들이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했음을 보여 준다.

화이트칼라 사업장으로 구직자들이 선망하는 증권업계도 다르지 않다. 증권산업은 실적을 빌미로 장기근속자를 탈법적으로 퇴출시키는 기술(?)이 최첨단을 달리는 업종이다. SK플래닛이 사용한 방식인, 대기발령·강제교육과 시험을 동원한 인권유린 외에도 강제 외근영업, 캠페인이라는 이름의 강제노동이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 소속 골든브릿지투자증권·HMC투자증권·대신증권 등에서 그대로 자행됐다. 노동조합이 투쟁 중이지만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노동자인 대한민국에서 노동인권 보호는 국민 보호다. 그리고 노동인권 범죄의 단죄는 바지사장이 아니라 배후조종자인 오너를 처벌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역량향상프로그램은 인간학대프로그램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SK플래닛의 퇴직 거부 노동자가 반복적인 평가로 시험장에서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섬뜩했다. KT에서 시행된 인간학대프로그램인 CP(C-Player)퇴출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전이됐다니. KT는 2003년 명예퇴직 거부자 480여명을 ‘상품판매전담팀’(상판팀)에 전환배치했다. 책상과 PC도 지급하지 않았다. 왕따에 감시·미행까지 하며 상품판매를 강요했다. 토끼몰이 식으로 퇴출을 시도하자 KT의 비인간적 행태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들끓고 쟁점화됐다. 결국 2004년 말 상판팀은 해체됐다.

그런데 KT는 ‘상판팀’보다 더 정교하고 악랄한 CP퇴출프로그램을 2006년부터 비밀리에 시행했다. 공개적 집단적 퇴출시도에서 개별적 퇴출프로그램으로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뒤 비밀지침 문건이 폭로됐다. 본사에서 퇴출문건을 기획한 전직 관리자와 현업에서 프로그램을 직접 실행한 전직 관리자가 양심선언을 하면서 불법적인 퇴출프로그램의 퍼즐이 완성됐다. 퇴출을 위한 시험평가를 반복적으로 하고 90점 미만시 경고장을 남발하고 퇴직을 종용했다.

SK플래닛의 PIP(역량향상프로그램)는 KT에서 시행된 CP퇴출프로그램과 닮았다. 이미 대법원은 CP퇴출프로그램에 대해 두 차례나 불법성을 확정판결한 바 있다. 모든 퇴출프로그램은 인위적으로 저성과자로 만들어 퇴출시킨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일방적 지침으로 하달한 저성과자 해고제는 CP퇴출프로그램의 전사회적 확대적용이었음이 SK플래닛 PIP를 통해 확증됐다. PIP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구조적 통제전략에 따른 괴롭힘, 방지장치 만들어야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

   
▲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

SK플래닛 사례는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직장내 괴롭힘이 상사와 부하, 개인 대 개인 관계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우리나라는 회사측의 구조적인 통제전략에 따라 발생한다.

노조를 만들어 밉보이거나, 회사의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에게 괴롭힘이 일어난다. 또는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회사가 전략적으로 괴롭히는 일도 많다. 이번 사례처럼 구조조정을 거부하면 직원들을 별도로 모아 놓고 교육을 하거나 아무 일도 주지 않는 식이다. 최종적으로는 강제로 사표를 쓰게 하는 매우 가혹한 형태의 괴롭힘으로 나타난다. 괴롭힘이라는 말로 담아내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외국에는 직장내 괴롭힘 또는 일터 괴롭힘과 관련한 법이 잘 마련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법이 없고, 현재 발의된 법안들도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되지 않은 것들이다. 노동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겪는 정신적·육체적 폭력을 충분히 정의하고, 실태조사를 한 뒤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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