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지난해 매출액 40조4천억원에 영업이익 20조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가 지난달 직원들에게 1천700%에 달하는 경영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런데 '역대급' 실적에도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한 SK하이닉스 노동자들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인사평가에서 최하위(UN) 등급을 받은 직원들에게 경영성과급을 주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이들과 받거나 2년 연속 하위(BE) 등급자에게 역량향상프로그램(PIP)이라는 이름의 정신교육을 시킨다. 현업에 배치해도 업무를 주지 않거나 반도체 설계 연구자에게 실험실 청소를 시키는 모욕적인 방식으로 사실상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PIP 인력으로 찍히면 퇴사하거나 미치거나"

"최근에 PIP 대상자가 됐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나이도 많지만 술을 전혀 못 마시거든요. 조직 내에서 잘 어울리지 못해 평이 안 좋았던 거 같습니다. 억울하고 수치스러워 미칠 거 같았어요. 제가 죽으면 회사가 변할까 하는 생각도 여러 번 했어요. 자식들이 있어 어떻게든 버텨 보고 있는데 소송 결과가 안 좋게 나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1990년대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30여년을 일했다는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동자 A씨의 말이다. 그는 12일 <매일노동뉴스> 전화통화에서 여러 차례 "차라리 죽고 싶다"고 토로했다. A씨는 동료 3명과 함께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불이익처분에 대한 임금청구 소송을 냈다. SK하이닉스 임금 지급규정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자'는 경영성과급 지급대상자가 된다. 실적에 기여하지 못한 신입사원이나 비위를 저질러 중징계를 받은 직원들도 경영성과급을 받는다. 한데 회사가 실시한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경영성과급은 지급하지 않는다.

PIP 대상자가 되면 2개월 동안 온·오프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2주간 대기발령 상태를 거쳐 성과향상계획서를 작성한다. HR팀 모니터링을 받고 나면 업무에 배치된다. A씨는 "교육기간에는 생존을 주제로 한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혁신하자, 제2의 인생을 설계하자는 취지의 교육을 받는다"며 "직무와 상관없는 정신개조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대기발령 기간에는 연봉의 30%를 차지하는 업적급을 받지 못한다. 월급이 삭감되는 것이다. 현업에 복귀하더라도 팀에서 업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본업과 관련 없는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PIP 대상자가 되면 대부분 퇴사를 선택한다. A씨는 "회사 내에서 PIP 인력으로 찍히면 살아서 돌아가는 경우는 없다고 공공연하게 말할 정도"라고 전했다.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 노조무력화 겨냥하나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은 SK그룹 다른 계열사에서 인권침해 문제로 폐지된 사례가 있다. 2017년 플랫폼 전문기업인 SK플래닛에서 희망퇴직 거부자와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4년 가까이 반인권적인 PIP 교육을 시키며 노조 무력화를 시도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근로감독을 추진하자 SK플래닛은 PIP 교육을 중단했다.

SK하이닉스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가 저성과자 퇴출프로그램 과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평가에서 지회간부 13명 중 7명이 최하위 또는 하위등급으로 분류됐다. 지회 관계자는 "상대평가를 통해 전체 기술사무직 1만5천여명 가운데 10%가량이 하위등급으로 강제할당되고 임원이 최종 등급을 부여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며 "지난해 기술사무직에 노조가 생기자 핵심간부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면서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해 기술사무직에게 메일을 발송하고 사내 식당에서 노조가입을 홍보하는 유인물을 배포한 노조간부들에게 사규 위반을 이유로 징계를 내려 부당노동행위 의혹에 휩싸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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