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역사교과서를 포함한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이 힘을 잃은 가운데 유독 고용노동부만 기존 정책을 고집하는 형국이다. "노동개혁은 재벌 기부금을 받은 대가"라는 의혹이 쏟아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30일 “공정인사 평가모델 가이드북을 배포하고, 별도 웹페이지(ability-scope.net)를 구축해 기업의 평가제도 설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올해 1월 노동계 반발을 무릅쓰고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했다. 9월에는 공정인사 평가모델 연구용역 결과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가이드부까지 배포한 것이다. 기업들이 능력중심 인력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인데, 산업현장에서 악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8월 노동부의 2대 지침에 대해 “저성과자 해고나 노동자 동의 없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합리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사용자가 노동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수단으로 남용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실제 한국마사회나 노사발전재단 등이 노동부 지침과 달리 일정 비율의 노동자를 무조건 저성과자로 분류하는 방식을 도입하거나 시행 중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지원 노동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최근 현장에서 공정인사 지침의 취지와 달리 자의적인 평가와 퇴출을 위한 교육훈련 등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는데,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지침의 현장 적용은 멈추지 않겠다는 얘기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물론이고 청년희망재단 설립을 위해 재벌 대기업이 거액의 기금을 출연한 대가가 정부의 2대 지침이라는 의혹은 특검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3개 재단 모금이 마무리될 무렵 2대 지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편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이달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100만명이 대통령 하야를 외치며 촛불시위를 한 이틀 뒤에 기자들과 만나 "노동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의 핵심인 “공정인사 또는 능력중심 인력운용”을 줄기차게 외치는 노동부 모습은 생뚱맞음을 넘어 뻔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은 “뇌물과 청탁에 의한 범죄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공범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 정권에서 불법적으로 추진된 정책을 폐기하고 이기권 노동부 장관을 포함해 노동개악에 부역한 공범자들에 대한 인적청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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