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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2대 지침 다시 보니 전경련 자료 ‘판박이’송옥주 의원 “기업 민원 들어주다 재계 보고서 베껴”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 전경련 자료를 베낀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노동시장 개혁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의 민원을 들어준 것이라는 노동계와 야당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기업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납부한 시기, 전경련 등 기업단체들과 박근혜 정부의 일정, 노동개혁 타임라인이 정확히 일치한다”며 “재벌들의 민원을 받아 박근혜표 노동개혁을 밀어붙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타임라인뿐 아니라 노동개혁 내용을 봐도 박근혜 대통령은 전경련을 비롯한 기업들이 요구한 민원을 그대로 해결해 줬다”며 관련 자료를 제시했다.

전경련 일반해고 절차, 지침에 그대로 담겨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4년 12월31일 ‘정규직 고용보호 현황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방안이 전체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훼손할 필요는 없다”며 “다만 해고에 대한 합리적 절차를 제시하거나 부당해고에 대한 금전적 해결방안을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일반해고 관련 지침 마련을 추진하면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면 갈등이 커지기 때문에 근로계약 해지와 관련한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려는 것”이라는 당시 정부 주장과 유사하다.

연구원이 저성과자 해고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제시한 절차를 보면 정부 지침과 거의 같다. 연구원은 “우리 판례기준을 종합하면 △단체협약 취업규칙상 근거규정 필요 △공정한 평가기준 △업무지원 선행 △평가고지 및 개선 지시, 충분한 개선기회 제공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희망퇴직 등 자발적 사직 기회를 부여함이 바람직하고,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저성과가 현저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고 밝혔다.

이는 노동부가 1월22일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유사하다. 지침은 일반해고 절차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포함한 해고사유 등 근거의 명확화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기회 제공 △배치전환 등 고용유지 노력 △개선 여지가 없거나 업무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라고 주문했다.

재계, 정권 출범 전부터 사회통념상 합리성 강조

노동부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은 전경련 자료와 문구까지 흡사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12년 12월26일 작성한 ‘차기 정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임금연공성을 낮추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연구원은 이어 “불이익변경의 경영상 필요가 있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동의를 얻지 않아도 된다는 형태로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동부는 지침에서 “기업이 경영상 필요성 등 여러 가지 사정상 취업규칙의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내용도 불합리하지 않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자들의 동의를 받지 못해 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근로자는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또 “판례는 취업규칙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하더라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더라도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의견 듣고 만들었다는 지침이 ‘재계 논리’

노동부는 지난해 9·15 노사정 합의 뒤 한국노총이 2대 지침 관련 논의를 거부하자 그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문가 의견을 듣고 현장 노사 간담회를 잇따라 열었다. 2014년 말에는 연구용역을 하고 지난해 5월에는 공청회까지 했다. 1년 가까이 다양한 의견을 듣고 공을 들여 만들었다는 지침이 전경련 자료 문구와 거의 같은 것이다.

정부는 “기존 판례를 정리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쉽게 인정되지 않는 저성과자 해고 인정 판례와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그것도 재계와 같은 논리로 지침에 인용한 것 자체로 논란거리다.

송옥주 의원은 “정부는 노사정 합의를 깨면서까지 전경련의 민원을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들어줬다”며 “특검에서 철저히 수사하고 국회 환노위에서 전경련 관련 법안들을 심사하지 말고 부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학태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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