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윤정 기자

주당 15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이 여성과 저학력층에서 빠르게 확산돼 노동시장 차별 심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임금 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2년 이상 근무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초단시간 노동을 포함한 시간제 노동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8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주최한 ‘초단시간 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주관했다.

초단시간 노동자, 고용기간 짧고 사회보험서 배제

 

 

이날 주제발표를 한 남우근 센터 정책연구위원은 통계청의 2002~2015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초단시간 노동자(연평균 증가율 9.2%)가 주당 15시간 이상 36시간 미만 일하는 일반단시간 노동자(7.6%)나 전일제 노동자(2.2%)보다 확산 속도가 빨랐다고 밝혔다.<표 참조>

초단시간 노동자는 여성과 저학력층에서 두드러졌다. 여성은 2002년 12만279명에서 지난해 41만1천307명(70.3%), 남성은 같은 기간 6만6천264명에서 17만4천146명(29.7%)이었다. 남 정책연구위원은 “남성은 저학력층에서 2009년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여성은 저학력 중장년층에서 줄곧 높은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초단시간 노동자의 근로계약 기간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77.5%로 가장 많았고, 1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이 15%로 뒤를 따랐다. 1개월 미만은 3.4%였다. 반면 2년을 초과해 근로계약을 맺은 경우는 0%였다. 2년 후 고용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불안정에 노출된 것이다.

근로형태별 월평균 임금을 보면 전일제 노동자는 2002년 177만8천원에서 지난해 221만9천원, 일반단시간 노동자는 같은 기간 66만5천원에서 76만5천원으로 각각 오른 반면 초단시간 노동자는 55만원에서 30만1천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사회보험을 비롯해 주휴수당·연차수당·퇴직금에서도 배제되고 있었다. 남 정책연구위원은 “초단시간 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연차수당·퇴직금이 필요하다”며 “시간의 길이에 비례한 공로보상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일자리 쪼개 초단시간 노동자 사용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제도 폐지해야”


센터가 올해 5월24일~7월12일 초단시간 노동자 845명을 대상으로 별도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과)는 주제발표에서 “사업장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정규직이 있다는 응답이 34.4%”라며 “상시적 업무인 정규직이 할 일을 초단시간으로 쪼개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쪼개기를 하게 되면 사회보험과 주휴수당·연차수당·퇴직금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조 교수는 “초단시간 일자리는 당장 수입이 필요하지만 보다 나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노인·여성·대학생·청년 등 노동시장 취약집단에게 돌아간다”며 “나쁜 일자리를 확산시키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처우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근로기준법상 시간비례보호 원칙과 주휴수당·연차수당·퇴직금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조 교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업무량이 가장 많은 피크타임에 집중적으로 사용되고, 압축적 노동을 강요받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높다”며 “업무준비와 정리시간까지 고려한 실노동시간 또는 동종 산업 평균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생활보장성 임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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