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노사가 비전임 노조간부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할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17일 아시아나항공노조(위원장 신철우)에 따르면 회사는 그동안 단협으로 보장됐던 비전임 간부의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9월 단협 기한만료를 앞두고 갱신 교섭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8차례 본교섭과 15차례 실무교섭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유급조합활동을 대폭 축소하는 단협 개정을 요구했다. 노사 간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졌다. 회사는 올해 1월 단협해지를 통보한 상태다. 21일까지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22일부터 무단협 상태가 된다.

교섭 중단 뒤 구조조정 계획 발표

노조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과 정비원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은 150여명으로 유급전임자는 없다. 노조는 여러 공항에서 24시간 교대근무를 하는 사업장 특성상 비전임 간부의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이 보장돼야 노조가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기존 단협에 따르면 노사가 합의한 활동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하고 유급처리한다. 유급활동으로 인정된 활동은 △임금·단체교섭 △노사협의회 △중앙위원회·상무집행위원회 △대의원대회·총회 △회계감사 등이다. 교섭에서는 몇 번을 유급조합활동으로 인정할지를 놓고 노사 간 이견이 있었다.

교섭은 지난해 12월28일 회사가 돌연 교섭단을 현장으로 복귀시키면서 중단됐다. 회사는 이틀 뒤인 30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직원 500여명이 수행하던 예약영업과 국내 공항서비스 등을 아웃소싱하겠다는 내용이다.

회사가 아웃소싱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노조활동을 제약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는 즉시 구조조정 반대 투쟁에 돌입했다. 올해 1월3일 천막농성을 시작하고 구조조정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회사는 같은달 15일 업무방해 혐의로 노조를 경찰에 고발하더니 일주일 뒤에는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두원정공 대법 판결 이후 돌변한 사측?

중단됐던 교섭은 올해 4월 재개됐지만 쟁점이 바뀌었다. “비전임 조합간부의 노조활동 시간을 근로시간면제 한도에 포함하지 않은 단체협약은 부당노동행위(부당한 노조 지원)로 봐야 한다”는 같은달 대법원 판결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4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는 유급조합활동 횟수 조정이 쟁점이었는데 두원정공 대법 판결 이후 회사 태도가 돌변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은 타임오프 한도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단협에 따른 유급조합활동 조항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부당한 노조 원조로 부당노동행위가 된다는 논리다. 회사는 단협 유급조합활동 관련 조항을 “근로시간 중 조합원 조합활동은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문구로 바꾸자고 요구했다.

아시아나항공에는 4개의 노조가 있다. 조합원 규모에 따라 할당된 아시아나항공노조 타임오프 시간은 연 745시간이다. 노조는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휴일이 모두 상이한 사업장 특성상 근무시간 외에 조합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다”며 “연간 745시간 한도에서 모든 조합활동을 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교섭위원 8명이 열흘 만 교섭해도 타임오프 한도가 모두 소진돼 회의·교육 등 노조의 모든 일상활동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노동부 행정해석 회사와 달라

고용노동부 생각도 회사와는 다르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근로시간 면제자가 아닌 노조간부 및 일반 조합원의 근무시간 중 조합활동을 단체협약으로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하고 유급으로 한다 하더라도 이를 부당노동행위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가 지난달 단협에 근무시간 중 유급조합활동을 인정하는 것이 부당노동행위인지 노동부에 질의했는데, 노동부가 답변한 내용이다. 노동부는 “합리적 수준이란 구체적인 사유·횟수·시간을 정해 놓고 허용하며 그 시간이 본래의 근로제공 의무를 훼손할 정도가 아닌 정도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노사 협상을 통해 단협에서 비전임자 유급조합활동을 인정해도 위법하지 않다는 것이다.

신철우 위원장은 “기존 비전임 간부들의 유급활동 조항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 아무런 일상활동을 할 수 없는 식물노조가 될 것”이라며 “유급활동 조항을 유지하는 범위에서 회의 횟수 조정 등 회사측과 최대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21일까지 단협이 체결되지 않으면 다음주 중 중앙위원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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