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기관을 중심으로 지난달 말까지 공공기관에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려던 정부 계획이 곳곳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정부는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1차 도입기간을 이달 2일로 연장했다. 정부 압박이 거세지면서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열어 노조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거나 사측 주도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는 편법을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월 내 성과연봉제 도입기관 40곳 불과

1일 정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에 노사합의를 했거나 이사회 의결을 거친 공공기관은 전체 120곳 중 40곳에 불과하다. 47개 선도기관 중에서는 25곳이 도입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조기 확산을 위해 4월 이내에 도입을 완료한 공기업은 기본월봉 50%를, 준정부기관은 기본월봉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겠다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반면 성과가 예상에 미치지 못한 미도입 기관에는 페널티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9일 개최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추진 점검회의’에서다. 5월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인건비 인상률을 삭감·동결하거나 정원·예산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부 압력이 거세지자 개별 공공기관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는 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실정이다. 예컨대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거나 사측 주도로 전산투표·전화투표 같은 방식으로 조합원 찬반 여부를 묻는 방식을 사용한다.

채찍 꺼낸 정부, 현장은 '불법 백화점'

정부가 노사합의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밝힌 한국감정원의 경우 서종대 원장이 금융노조로부터 노조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부당노동행위)로 고소당했다. 노조 관계자는 “감정원은 노조 동의 없이 조합원 찬반투표를 전산(PC)투표로 진행했다”며 “논란이 일자 사측 주도로 임시의장을 선출하는 조합원 총회를 다시 열어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한국고용정보원과 부산항만공사는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모바일 문자로 성과연봉제 찬반투표를 밀어붙였다.

노동계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만큼 노조 동의를 얻어야 법적 효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공공노련 관계자는 “정부가 5월2일까지 성과연봉제 도입 노사합의서를 가져오라고 공공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도 노조 동의 없이는 무효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들이 반발하자 구색이라도 맞추기 위해 이사회를 열어 법적 효과도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공기관의 한 간부는 “정부가 압박하니까 노조와 조합원들을 설득하고는 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박근혜 정부 들어 복지를 축소하고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였는데 성과연봉제까지 하라고 하니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공공부문노조 공대위 재출범할 듯

공공부문 노동계 반발도 만만치 않다. 27개 공기업노조로 구성된 공기업정책연대(의장 박해철)는 명칭을 공기업정책연대투쟁본부로 바꾸고, 지난달 25일부터 진행한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앞 노숙농성을 5월 말까지 연장했다. 정부 지침 폐기를 위해 국회와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박해철 의장(LH노조 위원장)은 “농성을 하는 동안 공기업정책연대나 양대 노총 소속을 불문하고 수많은 공공기관노조 대표자들이 농성장을 찾아 지지하고 격려해 줬다”며 “5월 말까지 농성 기간을 연장하고 공공기관노조 대표자라면 소속을 가리지 않고 농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연대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공공노련·공공연맹·금융노조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보건의료노조는 이달 초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를 다시 꾸려 공동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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