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와 산재사망대책마련을 위한 공동캠페인단 주최로 15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6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참가자들이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사망한 환자를 추모하는 국화와 환자복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지난해 미흡한 초동대처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악화시킨 삼성서울병원이 ‘2016년 최악의 시민재해 살인기업’에 선정됐다. 메르스 감염 환자를 격리시키지 않고 응급실에 입원시켜 추가 감염자의 숙주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4·16연대 안전사회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산재사망 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서울병원을 최악의 시민 살인기업으로 선정했다.

<매일노동뉴스>와 양대 노총·노동건강연대가 참여한 공동캠페인단은 2006년부터 매년 산재 사망사고가 많이 발생한 기업을 살인기업으로 선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건설이 10년간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뽑힌 바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공동캠페인단에 4·16연대도 참여하고 있다.

“메르스 사태 키웠다”

지난해 5월20일 국내에서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우리나라는 큰 혼란을 겪었다. 감염자 186명 중 38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20.4%나 됐다. 1만6천752명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돼 격리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바레인에서 농작물 재배업을 하다 입국한 국내 첫 메르스 환자(1번)를 확진한 병원이지만 미흡한 대처로 메르스 2차 유행의 진원지가 됐다. 1번 환자는 5월15일부터 사흘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뒤 20일 확진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같은달 27일 삼성서울병원은 1번 환자를 격리조치하지 않고 응급실에 방치했고 이곳에서 슈퍼감염자(14번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와 보호자·의료진이 차례로 감염됐다.

공동캠페인단은 “삼성서울병원에서만 90명의 메르스 환자가 새롭게 발생한 것은 병원감염관리와 전염병 예방에 관심이 없는 병원 의료체계 때문”라며 “삼성서울병원은 감염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상황을 공개하지 않고, 병동 폐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특별상

공동캠페인단은 삼성서울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한국의 의료·방역 체계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했다고 비판했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의료체계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2014년 기준 삼성서울병원의 응급실 과밀화지수는 133.2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응급실 내원 환자보다 응급병상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공동캠페인단은 “응급실이 과밀해 메르스환자 격리진료 공간도 없었고, 감염 의심환자가 와도 다른 환자와 분리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은 2014년 의료기관 인증평가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지만 국가지정 음압격리 병상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공동캠페인단은 질병관리본부에 특별상을 수여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늑장대처로 전염병 확산을 막을 ‘골든타임’을 놓친 탓이다. 공동캠페인단은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현장에 파견해야 할 역학조사관이 34명에 불과해 역학조사와 격리 시점을 놓쳤다”며 “메르스 발병 병원에 대한 거듭된 정보공개 요구에도 첫 환자가 발생한 지 17일이 지나도록 병원 정보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두 번 다시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삼성서울병원을 상대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를 벌이고 병원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애경 같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도 이날 특별상에 이름을 올렸다. 공동캠페인단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기업 살인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며 “사망자가 확인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을 엄정하게 수사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동캠페인단은 27일 '최악의 노동재해 살인기업' 선정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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