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생산현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 끝에 생을 마감한 고 황유미씨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9주기가 됐다. 민주노총은 7일 고인을 기리는 추모성명을 내고 “삼성 등 재벌대기업이 이윤을 앞세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침해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고 황유미씨는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인 2005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했다. 고인은 일을 시작한 지 1년8개월 만에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2년 뒤인 2007년 3월6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건강했던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고인의 아버지 황상기씨가 직업병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노동·시민단체는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을 구성하고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 진상규명과 산재인정을 위한 활동을 벌여 오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일하다 직업병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노동자들이 반올림의 문을 두드렸다. 이날 현재까지 직업병 의심 노동자 298명이 반올림을 찾았고, 이 중 110명이 숨졌다.

민주노총은 “백혈병 사건 이후에도 삼성은 2013년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 사고 은폐를 시도하고, 지난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메르스 확진사실과 병원 내부 감염위험 상황을 감추고, 최근에는 부천지역 삼성전자 하청업체에서 불법파견으로 일하던 20대 노동자들이 메틸알코올 중독으로 실명위기에 빠졌는데도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등한시한 채 사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거나 위험의 외주화를 확대하는 등 문제 회피만 일삼는 삼성을 상대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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