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던 근로복지공단이 같은 증상자에 대한 산재를 갑자기 불승인하면서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재 인정을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아산지회 조합원 김아무개씨는 우울성 에피소드를, 영동지회 조합원 육아무개씨는 적응장애를 호소하며 각각 지난해 3월과 7월 공단 천안·대전지사에 산재를 신청했다.

두 사람 모두 2011년 파업과 직장폐쇄·용역폭력 사태를 겪었다. 이어 징계와 업무차별에 시달렸다. 육씨의 경우 직장폐쇄 중 파업 참여를 이유로 해고됐다가 복직했다. 그 뒤로도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고, 업무에서 배제됐다. 그는 화단정리 같은 허드렛일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현재 입원치료나 지속적 치료를 요한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산재를 같은해 11월과 올해 1월 불승인했다. 지회에 따르면 업무상질병판정위는 "업무상 스트레스는 인정하나 개인 내재적 특성으로 유발된 것으로 보여 업무관련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산재 신청을 대리한 이상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이유)는 "유성기업의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해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라고 비판했다.

실제 공단은 2012~2015년 유성기업 노동자 4명의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했다. 이들은 중증 우울증이나 적응장애를 호소했고, 발병 과정이 두 사람과 비슷했다. 지난해 8월 산재가 승인된 김아무개씨의 경우 발병시점이 2013년으로 같았다.

이상철 노무사는 "개인적 요인에 의한 발병이라면 과거 병력이 있어야 하나 두 사람 모두 병력이 없었다"며 "사측과 갈등이 심각했던 2013년에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봤을 때 직장폐쇄 후 작업환경이나 넓은 의미의 업무수행 중 발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회에 따르면 두 조합원의 산재가 불승인되자 회사측은 지난해 8월 산재를 승인받은 김씨를 상대로 요양승인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충남노동인권센터 두리공감에 따르면 지난해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우울 고위험군 비율은 43.3%로 조사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