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18일 오전 1시간 시한부 파업을 벌였다. 이날 지회 조합원 1명을 대상으로 회사측이 소집한 징계위원회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지회에 따르면 회사가 지회와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상 고소·고발 건수가 무려 1천300여건이다. 비상식적인 고소·고발 관련 기록과 재판 결과는 대부분 조합원들을 징계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13명의 지회 조합원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해고됐다. 2011년 지회 파업과 회사 직장폐쇄에서 비롯된 ‘유성기업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고소·고발→후속 징계' 노조활동 위축

유성기업 사태 배후에 현대자동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보여 주는 검찰 수사자료가 최근 언론에 공개되면서 베일에 싸였던 사건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와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이 2011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모여 지회 조합원들의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방안을 모색했다는 사실이 검찰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유성기업 사태는 이명박 정권 시절 불거진 대표적인 민주노조 와해사건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4년여가 지났지만 노조파괴 행위에 가담한 관계자들은 대부분 처벌받지 않았다. 반면 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한 회사의 과다한 고소·고발과 징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정훈 전 지회장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회사가 지회 조합원을 상대로 제기한 고소·고발이 1천300여건에 달하고, 관련 소송도 60건 넘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동안 지회가 부담한 소송 관련 비용이 3억원이 넘고, 지금도 1억2천만원 정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회에 따르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회사측의 고소·고발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회가 집회를 벌이면 ‘소음’을 문제 삼고, 노사 간 언쟁이 벌어지면 ‘폭행’이나 ‘모욕죄’를 묻는 식이다. 회사측은 일상적으로 지회 집회현장 소음을 측정하고 동영상 채증자료를 수집해 고소·고발 증거자료로 활용한다.

문제는 회사가 제출한 증거자료다. 실제 유성기업측이 사전에 조작된 소음측정기로 지회 집회현장 소음을 측정해 법원에 제출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고소·고발이 누적되면 회사는 이를 이유로 징계를 추진하는 수순을 밟는다. 현재 지회 상집간부 중 상당수는 ‘정직’에 해당하는 출근정지 3개월 징계를 받은 상태다. 당사자들은 이를 일종의 ‘해고예고’로 받아들인다. 노조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회사는 지회 조합원들에게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제기함으로써 심리적·금전적 압박을 가하고, 동시에 사내징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사용자측에 편파적인 법원과 경찰의 태도가 회사의 고소·고발 남발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회사측이 지회 쟁의물품을 무단으로 가져간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원이 손괴행위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는 등 조합원들의 시각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다.

노사 간 힘의 균형추는 무너지고

사정이 이러니 임금·단체협상 같은 일상적인 노조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성기업에는 지회 외에 제2노조인 유성기업노조가 있다. 회사는 두 노조 조합원들에게 성과급을 차등해 지급하면서 노조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에 휩싸인 상황이다.

회사는 제2노조 조합원수가 많으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통해 지회를 교섭에서 배제하고, 지회 조합원수가 많아지면 두 노조를 상대로 개별교섭을 벌였다. 교섭의제와 타결 내용 모두 차이가 난다. 회사는 또 업무가 많은 공정에 제2노조 조합원을 배치하는 등 업무 전반에 있어 두 노조를 차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성민 지회장은 “과거에는 금속노조 방송차를 세워 놓고 집회만 몇 번 해도 노사가 교섭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유성기업 사례처럼 최근 노사갈등은 극단적이고 장기적으로 번지는 양상”이라며 “노동과 자본 간 균형이 무너지고, 정부가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유성기업 사태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일노동뉴스>는 유성기업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입장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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