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련

국내총생산(GDP)의 29%를 차지하는 제조업이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가격경쟁력에서 중국제품에 밀리고 교역조건은 악화되고 있다. 제조업 국산화율도 하락하는 추세다. 문제는 제조업 불황을 틈타 기업들이 일상적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정부와 사용자가 공고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성혁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28일 오후 서울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조산업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 참석해 “장기불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이 일상적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기에 "정부와 기업 간 '노동유연화를 위한 협업체계'가 공고해지면서 독점이 심화하고, 노동자들은 쉽게 퇴출된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이날 토론회는 양대 노총 제조부문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했다.

앞으로 구조조정 방식 바뀐다

김 원장은 ‘제조업 위기진단과 산업재편 전망’ 주제발제를 통해 "구조조정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채권단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법정관리로 타율적 구조조정을 겪는 것이 기존 방식이라면 향후 선제적·자율적 구조조정이 활개를 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 인수합병 전문가(기업사냥꾼)와 사모펀드·기업인수목적회사를 비롯한 민간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원장이 지목한 정부의 대표적인 큰 그림이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다. 원샷법은 기업 구조조정을 쉽게 하기 위해 주주총회 소집절차를 간소화하거나 기업이 주도적으로 사업재편 계획을 제출하면 정부가 곧바로 승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벌대기업의 사업재편을 쉽게 해 주려는 의도가 담긴 법안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에 날개를 달아 줬다.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하고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기업의 구조조정 부담을 덜어주는 친기업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대기업 독점이 심화하고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퇴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법은 소득 주도 성장과 노동시간단축”

김 원장은 “(기업의) 이윤 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 주도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할 때”라고 주문했다. 실제 대기업 위주 경제성장은 결과적으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은 710조원에 달하는 반면 가계부채는 1천200조원에 육박한 실정이다. 김 원장은 "한국 기업의 이윤이 1%포인트 증가하면 총수요는 0.063%포인트 감소한다"며 "이윤 주도 성장이 경기침체를 야기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반대로 실질임금이 1%포인트 증가하면 국내총생산이 0.68%에서 1.09%로 상승한다"며 "비정규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창출하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김 원장은 “주 52시간 법정 노동시간만 준수해도 109만개의 고용이 창출된다”며 “장시간 노동을 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소득 주도 성장전략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노동자들로 보기 때문에 소득분배 정책이 경제정책의 핵심”이라며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할 수 없도록 근로기준법 해고요건을 강화하고, 기간제 노동자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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