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HR(인사담당) 부행장이 전국 영업점장들에게 노조 분회장·대의원 선출에 개입하라고 지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금융노조 KB국민은행지부(위원장 성낙조)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27일 지부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25일부터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 투쟁상황실을 설치하고 이오성 HR부행장 퇴진투쟁에 돌입했다. 이 부행장이 노동조합의 고유영역인 분회장·대의원 선출에 개입했다는 이유다.

지부에 따르면 이 부행장은 지난 20일 전국 영업점장 화상회의에서 "노조 분회장과 대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부 분회장은 1천100여명이다. 각 영업점마다 1명꼴이다. KB국민은행이 올해 들어 영업체계를 전면 개편함에 따라 인사이동이 진행되면서 새로 분회장을 선출해야 하는 분회들이 생겼다. 분회장 선출일정(25~27일)을 공고해 놓은 상황에서 이 부행장의 발언 사실을 접한 지부는 발칵 뒤집혔다. "회사 입맛에 맞는 분회장과 대의원을 잘 뽑도록 신경 쓰라"는 메시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지부는 "분회장과 대의원은 현장 의견과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중요한 간부들"이라며 "인사담당 부행장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영업점장들에게 분회장·대의원 선출에 관여하라는 공개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부행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일부 지역영업그룹에서 분회장·대의원 선출 일정을 지부에 문의하거나, 일부 PG(파트너십그룹)장들이 영업점장들에게 "분회장·대의원 선출을 신경 써 달라"고 발언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는 게 지부의 설명이다.

지부는 이 부행장의 발언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제81조4호)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노조법은 사용자가 노조 조직·운영에 지배·개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부는 이 부행장을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할 계획이다.

지부는 잠정연기했던 분회장 선출을 26일 재개했다. 지부 관계자는 "사측이 분회장 선출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적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분회장·대의원을 공정하게 잘 뽑아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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