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평균적인 의미에서는 경직돼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오히려 상당히 유연한 편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10일 펴낸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안정성(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담긴 문구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자주 바뀌는지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노동유연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근거로 노동이동률을 제시했다. 노동이동률은 기준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입직한 노동자수가 전체 노동자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같은 기간 이직한 노동자의 비율을 더해 계산한다. 동일 사업장에서 노동자 교체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보여 준다. 숫자가 클수록 노동유연성도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노동이동률은 2006년 77.3%로 OECD 국가 중 1위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61.7%로 터키(68.5%)에 이어 두 번째다. 평균은 압도적인 1위다.

우리나라는 2006년 이후 매년 평균 70.0%의 노동이동률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다음인 터키의 평균은 61.7%다. 입법조사처는 “노동이동률이 높다는 것은 임시직 근로자 비중이 높거나, 근로자 근속기간이 짧다는 것”이라며 “사업주 입장에서도 신규채용·교육·훈련 비용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상용직 대비 임시직 비율이 높은 것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유연하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임시 노동자 비율은 전체 임금근로자의 21.7%였다. OECD 평균(11.1%)의 두 배에 육박한다.

입법조사처는 국가 간 경쟁이나 자동화기술에 의한 노동력 대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노동시장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9·15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사회적 대타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노사정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경제·정치적 주체들의 합의로 제도와 행태를 함께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달성하기 위해 앞세우는 정규직 과보호론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입법조사처는 “정규직 과보호 문제도 쉬운 해고를 도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과보호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90%의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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