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흥(27)씨는 올해 상반기에만 수십 개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냈다. 구직생활을 한 지 1년6개월째다. 토익·토익스피킹 점수로는 부족한가 싶어 중국어학원까지 등록했다. 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적성 시험은 따로 공부한다.

한 달에 문제집 비용만 10만~20만원이 든다. 방송사를 지망했던 친구는 외주제작사에 들어가 월 100만원을 받고 주말까지 일하다 결국 그만뒀다. 취업을 위해 컴퓨터그래픽학원에 다니고,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네 개나 뛴다. 잘 시간도 없다. 이들이 취업할 때까지 의지할 수 있는 건 부모 아니면 자신의 건강뿐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된 청년수당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정부는 "정부 사업과 중복된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이와 관련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청년을 위한 새로운 사회안전망' 토론회에 참석한 청년들은 "기존 정책이 청년문제를 책임지기엔 빈틈이 너무 많다"고 비난했다.

실제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취업준비 중인 전국 대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5 취준백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54%가 6개월이 넘도록 평균 9개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하는 구직자 상태에 놓여 있었다. 구직기간이 1년 이상인 장기구직자도 이들 중 11%에 달했다. 응답자의 49.2%가 취업을 위해 "별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평균 교육비용은 무려 130만4천원이었다. 박재흥씨처럼 이 같은 부담은 모두 청년 개인이 떠안아야 한다. 조희원(24)씨는 "취업준비를 하는 동안 스터디공간 대여비부터 토익시험비까지 모든 게 비용인데 아무 방패막이 없는 현실을 정부가 너무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정부의 취업지원사업과 고용보험의 한계도 지적됐다. 보험사 콜센터의 파견직 상담사를 그만두고 구직 중인 진아람(33)씨는 "업무와 이직준비를 병행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그만둔 건데 자발적 이직자라며 실업수당을 받을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그는 "최저임금 받는 일자리에서 벗어나려 해도 생활비 때문에 나쁜 일자리에 묻지마 취업을 하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중소기업인턴십과 취업성공패키지를 모두 경험한 이성휘(23)씨는 "정부 취업지원 프로그램으로 업무능력이 늘고 취업에 도움이 됐다기보다는 일자리 늘리는 데 이용당한 느낌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씨는 "현장에서는 보다 높은 기술을 요구하는데 교육은 기초적 수준에 머무르고, 내가 배운 웹개발 직종 전반의 흐름이나 적응방법을 알려 주는 것도 아니었다"며 "취업성공패키지 평가지표가 수강생·취업자 규모에 있다 보니 기본 기술을 주입하고 빨리 취업하라는 식의 입시학원 같았다"고 비판했다.

청년들은 이날 토론회에서 "청년수당 논쟁을 부족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논의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진아람씨는 "장기적 종합대책도 필요하지만 당장 청년들의 사회 탈락을 막을 수 있는 그물망이 필요하다"며 "청년수당이 그 시초가 되기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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