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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노동시장을 향한 사회적 대화의 지속을

노동은 사회적 관계 맺기의 중요한 모멘텀(momentum)이다. 한 사회는 노동을 매개로 사회를 꾸려 간다. 노동은 정의로움(justice)에 기반해야 한다. 정의롭지 못한 사회관계는 지속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노동정의는 두 가지 측면에서 조명할 수 있다. 하나는 노동 투입의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 산출의 측면, 다시 말해 투입된 노동에 대한 대가지불의 측면이다.

전자에서 갖춰야 할 노동정의의 핵심은 노동기회 혹은 고용기회의 균등한 보장이다. 만일 어떤 나라에서 특정지역·특정세대·특정인종에게 고용기회 자체 혹은 양질의 고용기회가 체계적으로 박탈된다면, 역으로 특정집단에게 높고 좋은 고용기회가 배타적으로 제공된다면 그것은 노동정의에 어긋난다.

후자의 측면 즉 투입된 노동에 대한 대가지급의 측면에서 노동정의의 핵심은 ‘동일노동 동일보상’의 원리로 요약할 수 있다. 누군가 어떤 종류의 생산물을 생산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른 사람과 동일한 질과 양의 노동을 투입했음에도 그에 대한 대가를 상이하게 받는다면 이는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론이야 어찌 됐든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에서 노동정의는 일그러지고 깨지기 십상이다. 세심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 전라도 출신자들이 양질의 일자리로의 진입이 알게 모르게 차단됐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은 지역을 매개로 노동투입 측면의 정의가 훼손된 모습이었다. 이러한 면은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상당히 해소됐다. 요사이는 세대가 문제다. 지금의 청년세대는 중장년세대가 청년이었던 시절 누렸던 고용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채용된 후에도 고용불안과 임금인상 제약에 묶여 있다. 전부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다.

노동의 대가에 대한 평가 측면에서도 세대문제는 존재한다. 최근 필자는 한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사업장의 상당한 정도에서 젊은층들이 중고령자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질과 양에서 자신들과 유사한 수준의 노동투입을 함에도 단지 근속연수가 길다는 이유로 중고령자들이 더 높은 임금을 받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

과거에는 청년들도 나이가 들면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 미래의 중고령자들은 현재 중고령자들 수준의 처우를 누리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밖에 고용형태에 따른 불균등한 대우의 문제, 원·하청 관계의 위치에 따른 근로조건 격차 문제 등도 노동산출의 측면에서 형성돼 있는 정의롭지 못한 노동시장의 주요한 모습이다.

정부를 포함한 노사관계 주체들은 노동시장에서 균형과 정의가 파괴돼 있는 상태를 복구하고 정의를 구현해 내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 정의로운 노동사회 구현은 한 사회의 지속과 통합을 위한 핵심적인 문제다. 오늘날 보통명사로서 노동개혁의 정당성은 여기에서 찾아진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 노동의 투입과 산출 측면에서 형성된 부정의한 모습들을 제거하고 노동기회를 고르게 그리고 노동보상을 균등하게 가져가는 일이다.

지난 9·15 사회협약은 적어도 기본취지 차원에서 이러한 노동정의의 재구성을 명목적으로 지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 실행방식을 어떠한 식으로 하느냐에 있다. 상징적인 합의는 명목적으로 하고 실행은 자신의 구미대로 재차 힘겨루기로 들어간다면 이는 진정한 합의 정신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가 구현해야 할 정의로운 노동시장을 위해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무엇인지 상호 진지하게 논의하고 성찰하며, 조심스럽게 그리고 끊임없이 대화에 대화를 이어 가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이 진정한 합의 정신에 부합한다.

2015년 겨울의 문턱에서 한국 노정관계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정의로운 노동시장의 원론적 상과 그것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시 점검하고 또 점검하는 것은 이 시점에서 아무리 깊게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주먹과 입보다 귀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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