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서울시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여당 유력 정치인과 정부 당국자까지 비난대열에 합류하며 맹공을 퍼붓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쟁점화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야당과 노동계·청년단체는 적극 방어에 나섰다. 19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청년간담회를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 지도부 비난 열 올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서울시 청년종합대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최 부총리는 "청년수당을 명목으로 한 지자체의 새 복지프로그램은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며 "무분별한 재정지원을 막고자 사회보장제도 사전협의제에 따른 권한을 적극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우려 표명' 수준을 넘어 사실상 견제 방침을 밝힌 셈이다.

서울시는 이달 5일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청년 구직자에게 최대 6개월간 월평균 50만원의 현금수당을 지원하고 주거·사회참여 등 여러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를 두고 "청년들 마음을 돈으로 사겠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김무성 대표)이라거나 "청년들의 건강한 정신을 파괴하는 아편 같은 존재"(이인제 최고위원)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냈다. 청년수당이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야권 "갈등 조장 말고 청년대책 함께하자"

새정치민주연합도 가만 있지 않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대책에 대한 정치공세를 그만두라"고 비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날 정오 서울 중구 서울시민청에서 청년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단한 미생들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문재인 대표는 간담회에서 "최경환 부총리의 발언은 청년의 심각한 현실을 정부가 전혀 모른다는 방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표는 "청년 취업난은 전 세대, 전 국가의 고통으로 이어지는데 정부는 지자체 대책을 무조건 가로막고 노동시장 구조개혁 정책같이 계층·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방안만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시 청년정책과 우리 당의 청년구직촉진수당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형 청년보장대책은 청년들과 3년간의 협의 끝에 나온 청년종합대책"이라며 "정부·여당은 나 말고 청년들을 봐 달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이번 정책은 중앙정부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고 내년 서울시 예산 27조원 중 고작 90억원만 들어간다"며 "정부가 청년일자리 예산 2조원을 갖고도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 지자체에 권한과 예산·자율성을 보장해 보다 좋은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함께해야지 싸울 일이 아니다"고 충고했다.

청년들 "포퓰리즘 논란이 청년 배제시켜"

청년들도 포퓰리즘 논란보다는 당사자인 청년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줄 것을 당부했다. 권지웅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은 "청년들이 서울시 청년정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은 포퓰리즘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떻게 효과적으로 실행되느냐, 선발 과정은 얼마나 합리적이냐 같은 쟁점"이라며 "김무성 대표가 청년들의 이야기는 쏙 빼고 포퓰리즘 얘기만 하다 보니 오히려 청년들이 논의에 개입할 여지가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취업난 속에 구직기간이 장기화하는 만큼 청년들이 버틸 스 있도록 새로운 사회안전망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정치권이 열어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이성휘씨는 "졸업 후 정부의 중소기업 인턴십과 직업교육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자존심이 상한 것은 물론이고 월 30만원만 받고 생활해야 했다"며 "서울시 정책이 그런 부분을 메워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앞으로 청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달라"고 정치권에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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