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희기자

한신경(31)씨는 고등학교 졸업 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혼자 생활을 꾸려 왔다. 고졸 경력으로는 취업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며 비교적 학비가 저렴한 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를 위해 400만원의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학원강사 일로 버는 월 100만원으로는 학자금 대출이자와 생활비를 메꾸기 힘들었다.

그때 은행으로부터 신용카드 발급 권유전화를 받았다. 한씨는 "고통의 시작이었다"고 털어놓았다. 현금이 없는 한씨는 신용카드에 의존하게 됐고, 150만원의 현금서비스까지 받았다. 그렇게 늘어난 카드빚은 대부업체에서 300만원을 빌려 막았다. '이자율 34.9%'가 무슨 말인지도 몰랐다. 비정규직이라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었고, "현금서비스를 연체하면 안 된다"는 주위의 말에 겁이 났을 뿐이다. 적은 월급으로는 이자만 갚기에도 벅찼고, 결국 또 다른 대부업체에 200만원을 빌렸다.

전예원(24·가명)씨는 부모님 사업 실패 이후 온갖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부모님에게 매달 50만~60만원의 용돈까지 보냈다. 그 와중에도 악착같이 공부해 성적장학금으로 학비를 벌충했다. 그러나 2012년 한 차례 장학금을 놓치면서 학비를 위해 저축은행과 외환은행으로부터 각각 8%, 20%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했다. 원금 400만원과 매달 발생하는 이자는 지금까지도 전씨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일자리도 사회안전망도 없다 … 결국 '빚'으로

청년실신(실업과 신용불량에 빠지는 청년)이라는 신조어는 청년세대를 일컫는 유행어가 됐다. 지난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청년 가구주의 평균 부채가 2013년보다 11.2%포인트 증가한 1천558만원으로 집계됐다. 40~50대가 같은 기간 각각 0.8%포인트, 0.6%포인트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신용불량 상태로 채무조정을 신청한 20대의 절반(49.4%)이 연 30%대 고금리로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 사회의 대표 '을' 청년들의 부채문제' 국회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청년실업 문제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보다는 주거비 등 생활유지비의 증대, 낮은 취업률과 불안정 일자리로 인한 소득 결핍, 기초적 사회안전망 부재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토론회는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와 청춘희년운동본부가 주최했다.

"청년 대상 사회안전망과 청년부채 탕감정책 필요"

문화연구자인 천주희씨는 "청년이 가족복지에 힘입어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해 기업복지로 가족을 먹여 살리던 구조가 국가부채와 가계경제 붕괴로 무너진 뒤 그 빈자리를 빚으로 메꾸고 있다"고 진단했다. 천씨는 "단순한 금융부채 탕감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사회적 배당금 형태의 기본소득처럼 청년 개인에 대한 복지제도 도입과 학자금 대출이자의 무이자 전환 등 폭넓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영섭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대표는 "비정규직 청년층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청년 채무탕감과 부채상담, 금융교육을 하는 전담기구를 만들어 청년들의 신용회복 통로를 빠르게 마련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헌욱 변호사는 청년소득 증대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과 청년수당 지급을 제안했다. 매년 근로자 평균임금의 절반을 최저임금으로 결정하고, 소득분위 80% 청년들에게 5년간 월 3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미 발생한 청년부채에 대해서는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이나 학자금·생활자금 대출금 이자유예, 무이자 대환대출 같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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