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최근 서울시의회에 제출한 서울특별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개정안에 일자리노동국이 2016년 2월부터 6월까지 운영되는 한시기구로 규정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행정기구·정원 규제 탓이다. 서울시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일자리 노동정책 컨트롤타워를 구성하는 만큼 정부가 행정적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일자리노동국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조례안이 12월 초부터 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서울시는 같은달 시의회 본회의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달 6일 개정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다음달 초 개정조례안 본격 논의

서울시는 개정조례안에서 경제진흥본부 소속 일자리기획단을 일자리노동국으로 격상해 독립시켰다. 본부장이 아닌 시장의 지휘하에 독자적 고용노동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 조직기획팀 관계자는 “업무 중요성이나 통합적 정책수행을 위해 조직을 별도로 독립시키는 것”이라며 “서울시 차원에서 일자리 노동정책과 관련해 통합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노동국은 어떤 모습일까. 개정조례안에 따르면 일자리노동국은 일자리 창출과 노동행정에 관한 사무를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취업알선·직업훈련 △노동행정과 노동자 보호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같은 사회적 경제주체 육성과 지원 △창업정책 수립과 지원 업무를 맡는다.

기존 일자리기획단 업무를 그대로 승계하는 것이다. 최판규 서울시 조직기획팀장은 “현재 일자리기획단 정원은 78명인데, 일자리노동국으로 재편하면서 일자리정책과와 노동정책과에 각각 팀을 하나씩 늘려 5명을 추가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기획단 4개 과(일자리정책과·노동정책과·사회적경제과·창업지원과) 체제를 유지하되 인원을 늘려 기능을 보강하겠다는 구상이다.

개정조례안만 보면 구조적으로 취약

서울시가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는 일자리노동국 위상을 강화하려면 정부와 사전조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4일 본회의에서 한명희 시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경제진흥본부 일자리 창출과 내지는 여성가족정책실이나 복지본부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각각 (일을) 하니까 (업무가) 중첩된다”며 “효과적으로 비용도 절감하면서 고용정책을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부 간 장벽을 뛰어넘는 일자리정책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박원순 시장은 당시 본회의에서 한 의원 발언에 동감을 표하며 “고용노동국 같은 걸 하나 만들고 싶다”고 말하면서 “행정자치부가 (서울시) 국 정원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언급한 ‘행자부 동의’는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정해져 있다. 시·도의 실·국·본부는 17개 이내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국은 정규 실·국·본부로 셈하지 않는 한시기구로 뒀다. 일자리노동국이 일자리기획단을 승계하면서 활동기한은 2016년 6월로 한정됐다.

다음달 서울시-행자부 협상 시작될 듯

조직구조가 취약하게 설계되면서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일 공산이 커졌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일자리노동국이 생기더라도 여성고용이나 복지 관련 고용정책, 건설노동자 관련 업무가 각각 별도의 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일자리 컨트롤타워 역할이 미흡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안전 정책과 흩어져 있는 업무를 일자리노동국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일자리기획단을 운영하면서 성과나 정책수요를 확인했고, 인구 규모가 비슷한 경기도에서도 21개 실·국·본부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행자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판규 팀장은 “조직진단을 위한 학술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진단 결과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행자부와 본격 (한시기구를 정규기구로 전환하는)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2월 초면 본격적인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자부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행자부 관계자는 “국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편재만 바뀌는 것으로 이해하고 협의했다”며 “정규기구로 만들려면 업무성격과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경기도의 경우 제2청사를 운영하면서 실·국·본부가 21개가 된 것”이라며 “제1청사만 보면 서울시보다 정규기구가 적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행정기구와 정원 증원에 민감한 행자부를 어떤 논리로 설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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