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전구가 광주공장의 공정 설비작업을 끝낸 뒤 잔류 수은을 지하에 매립했다는 주장이 철거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 사이에서 나왔다. 지난 4월 광주공정 철거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잔류 수은에 노출돼 수은 중독으로 투병 중이다. 정부의 관리부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철거작업에 투입된 노동자들은 13일 <매일노동뉴스>에 “남영전구가 철거작업을 마친 뒤 (작업 중 나온) 수은과 폐기물을 지하 1층에 묻은 뒤 콘크리트로 덮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하를 파 보면 수은이 무더기로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르면 리터당 0.005밀리그램(mg/L) 이상 수은이 검출된 폐기물의 경우 지정폐기물로 분류해 고형화 처분한 뒤 관리형 매립시설에 묻도록 하고 있다. 지정폐기물을 지정 장소 외에 무단으로 버릴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영전구는 지난 3월22일부터 4월7일까지 광주공장의 설비 철거 과정에서 나온 잔류 수은을 지하에 몰래 매립한 의혹을 받고 있다. 철거작업에 참여한 노동자 김용운씨는 “파이프를 자른 후 줄줄 흐른 수은 덩어리와 공장 밖으로 못 빼낸 설비 일부를 (또 다른 용역업체가) 지하 1층에 매립한 뒤 시멘트로 마감했다”고 증언했다. 작업에 참여했다 수은에 중독된 노동자 유성기씨도 “(어떤 업체가) 수은과 파이프를 (지하에 묻고) 흙으로 매운 뒤 공구리(콘크리트) 쳤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C씨는 “남영전구가 (지시해) 수은을 공구리 쳤는데 서우건설이 작업한 걸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우건설은 철거공사를 따낸 우리토건의 하도급업체다.

현재 광주공장 지하1층은 폐쇄됐고, 지상 1층은 물류센터로 쓰이고 있다.

철거작업이 끝난 지 6개월이 지난 데다 현장 보존도 안 된 만큼 광주시와 환경부의 시급한 조사가 요구된다. 남영전구는 잔류 수은은 없다는 입장이다. 지하에 수은이 매립됐을 경우 근로자들이 철거작업 중 수은에 노출된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가 된다. 광주공장 집단 수은중독 사건을 대리하고 있는 최광현 노무사(노무법인 중용)는 “현장이 보존되지 않았는데 회사가 (지하에 매립된 수은을) 인멸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경찰이 현장이 보존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영전구의 모기업 송원그룹 관계자는 "회사는 리모델링을 전제로 공사를 발주한 만큼 세부적인 부분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수은 매립 여부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본지 보도 뒤인 지난 12일 남영전구·우리토건 등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해 역학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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