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비정규직 가운데 최고 대우를 받던 스포츠강사가 제도 도입 8년 만에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근로조건이 가장 나쁜 직종으로 전락했다. 영양사·조리사를 비롯한 학교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거나 못 받던 수당이 생겨나는 사이 스포츠강사의 근로조건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8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명박 정부 도입, 박근혜 정부 '찬밥'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초등학교 체육수업 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포츠강사제를 도입했다. 이들은 계약직 신분으로 주로 체육수업 보조업무를 맡았다. 경기지도자·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 보유자와 교원자격자,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채용 대상이었다. 도입 첫해 800여명 규모였던 채용규모는 2013년 3천800명으로 크게 늘기도 했다. 정규직에 비해 낮은 대우였지만 다른 비정규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처우가 좋았다. 2008년 스포츠강사 기본급은 월 150여만원이었다. 학교비정규직 중 처우가 나은 편이었던 영양사가 130여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스포츠강사 급여는 높은 축에 들었다.

스포츠강사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문제가 부각된 것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12월께부터다. 당시 이들의 인건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30%를 맡고 나머지 70%는 교육부(시·도교육청)가 책임졌다. 그런데 문체부는 2014년부터 분담률을 20%로 줄였다. 인건비 70%를 분담하던 교육부는 2014년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교육부가 인건비를 증액시키지 않고 문체부 예산이 줄어들면서 대거 해고사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 축소로 인해 2014년 말 기준 이들의 정원은 2천900명 밑으로 떨어졌다. 900명 이상이 해고된 것이다.

2016년 말 대량해고 사태 우려

고용불안 사태는 2016년 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달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 참석한 문체부 관계자는 "내년까지만 저희들이 (스포츠강사 인건비를) 지원하고 2017년부터는 교육부 사업으로 이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지난주 BH(청와대)에서 회의를 했다"고 보고했다.

2017년부터는 그나마 문체부가 분담하던 20% 인건비마저 없어진다는 말이다. 노조는 해당 정책이 시행될 경우 스포츠강사 1천~1천500여명이 해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부 예산이 줄어든 탓에 올해 말에는 350여명의 스포츠 강사가 또 해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8년 지속됐지만 무기계약 전환 제외

공공부문 비정규직이지만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고용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간제법 시행령은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지도자'는 무기계약 전환대상이 아닌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시행된 지 8년이나 지나도록 상시·지속적업무를 하면서도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학교비정규직 만큼이라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스포츠강사 제도 시행 이후 이들의 인건비는 2014년 5% 증액된 것을 제외하고 매년 동결됐다. 1년에 10개월 계약하던 것을 지난해 11개월 계약으로 늘리면서 그나마 5%를 인상할 수 있었다.

2012년부터 학교비정규직에게 지급되고 있는 가족수당·교통보조비·명절상여금·장기근무가산금 등 각종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신설된 점심 밥값조차 스포츠강사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노조가 있는 일부 지역이 교육청과 교섭을 통해 몇몇 수당을 신설하기는 했지만 처우개선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스포츠강사 "우리는 계륵" 자조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에서 도입된 스포츠강사 제도를 폐지하는 수순을 밟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스포츠강사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먹기는 싫고 버리기는 아깝다는 의미의 '계륵'에 비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을 버렸다는 의미다.

노조는 정부가 인건비 투자 확대와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스포츠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 계획에 따라 일하게 된 스포츠강사들에게 박근혜 정부는 '이제 쓸모없어졌으니 버리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며 "교육감이 이들을 직접고용해 고용안정을 이루고, 다른 학교비정규직과 동일하게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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