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연대노조 서울경기지부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동구체육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동구체육회가 조합원들에게만 근무성적 점수를 낮게 줘 조합원을 해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연대노조>

매년 재계약하며 서울 강동구체육회에서 10년간 생활체육지도자로 근무한 이경주 공공연대노조 생활체육지도자지회 강동구분회장은 올해 재계약을 걱정하고 있다. 근무성적 평점이 강동구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운영위원회의 재계약 심의를 거쳐야 할 정도로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 분회장은 지난 16일 강동구체육회로부터 “근무성적 평점이 60점 미만이니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하라”는 통지서를 받았다. 18일 위원회에 참석해 “남들과 다를 바 없이 근무했는데 근무성적이 낮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그는 10년간 근무성적 평점이 60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7년간 근무한 윤명현 부분회장도 같은 내용의 통지서를 받고 운영위에 참석해 진술했다. 생활체육지도자 배치 및 근무 규정에 따르면 근무성적 평점이 60점 미만인 사람은 운영위 심의를 거쳐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노조 간부에 근무성적 폭탄, 해고 위기

생활체육지도자 근무성적 평정표는 △근무실적(40점) △프로그램(20점) △현장 평가(20점) △직무능력(20점) 5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근무성적은 탁월·우수·보통·미흡·불량으로 평가된다. 징계, 복무 위반, 지침 위반, 체육회 교육 참여 자세 불량은 감점요인이 된다.

이경주 분회장은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문제 삼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위원회에서는) 점수가 낮다고 소명하라고 하는데 (체육회가 낮은 점수를 준 이유를 몰라) 소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분회와 강동구체육회는 올해 2월부터 단체협상을 시작했으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았다. 쟁의권을 획득한 분회는 이달 14일부터 강동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노조와 분회는 최근의 노사갈등이 이 분회장 등에 대한 근무 평점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강동구체육회 관계자는 “모든 생활체육지도자들 평가를 보통으로 했다”며 “점수가 60점 미만인 이유는 근태기록에서 감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점수 공개는 이제껏 한 적도 없고 규정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이런 일은 강동구체육회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전남 무안군체육회에서도 14년간 일했던 노조 조합원 2명에게 근무평가 점수를 60점 미만으로 주는 일이 발생했다. 이들은 계약종료로 해고됐다. 무안군체육회의 경우 사무국장이 생활체육지도자들에게 동창모임 음식준비와 축사 나무심기 등의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경남 산청군 체육회도 한 분회원에게 60점 미만의 점수를 줬다가 분회 반발에 정정했지만, 당사자는 퇴사했다.

“정규직 전환 여부, 광역체육회가 결정해야”

현장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원하고 있다. 고용이 안정되면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생활체육지도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생활체육지도자 직군은 정규직 전환 대상 직군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월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생활체육지도자 정규직 전환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내려보냈다. 각 시·도 체육회가 ‘자체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정규직 전환을 결정하라는 내용이 뼈대다.

문제는 문체부가 가이드라인에서 광역 단위 시·도체육회가 구성하고 추진해야 하는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를 시·군·구체육회에 위임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평소 생활체육지도자에 대한 재계약 권한이 있던 시·군·구체육회가 정규직 전환 칼자루까지 쥐면서 갑질이 우려된다는 것이 노조 주장이다.

세부 지침과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홍수영 노조 서경지부 조직국장은 “시·도 차원의 전환위원회 운영과 구체적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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