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노조가 1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분할매각, 투기자본으로의 매각 반대"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구은회 기자

영국 최대 유통기업 테스코가 자회사인 한국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홈플러스노조(위원장 김기완)는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노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KKR·칼라일·MBK파트너스 등 국내외 사모펀드가 유력한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다”며 “홈플러스의 공중분해를 의미하는 투기자본으로의 매각과 매장별 분할매각을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월마트·까르푸 이어 한국 떠나는 테스코

1996년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된 후 한국에 진출한 영국 테스코는 99년 삼성물산과 합작해 홈플러스를 설립했다. 합작계약이 만료된 2011년 이후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시장 개방 후 한국시장 문을 두드렸던 미국 월마트와 프랑스 까르푸가 현지화에 실패해 철수한 뒤 글로벌 업체 중 거의 유일하게 영국 테스코 자본이 한국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홈플러스는 기존 사업자인 이마트·롯데마트와 경쟁하며 시장점유율을 높여 현재 전국 140여개 대형마트와 370여개 기업형 슈퍼마켓(SSM) 매장을 운영하며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테스코가 분식회계 문제로 경영진이 교체되는 진통을 겪은 뒤 해외자산 매각을 통한 재무개선 계획을 밝히면서 한국법인인 홈플러스 매각 여부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런 가운데 테스코가 최근 HSBC증권을 매각주간사로 고용하고, 영국계 로펌인 프레시필즈와 한국 법무법인 태평양 등으로 매각자문단을 구성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랐다. 그동안 ‘설’에 그쳤던 홈플러스 매각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유통대기업마저 투기자본 놀이터로 전락하나

업계의 관심은 크게 두 가지다. 매각대금 규모가 최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매머드급 유통 대기업의 새 주인이 누가 될 것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이와 함께 대형마트와 SSM 매장이 통째로 팔릴지, 쪼개져 팔릴지가 두 번째 관심사다.

현재로선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 모두 오리무중이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7조원에 달하는 매각대금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데다, 독과점 규제도 받기 때문이다. 각 업체의 경쟁적인 점포 확대로 국내 유통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점이나, 대형마트 사업이 사양화로 접어들었다는 업계 자체평가를 감안하면 국내 유통업체가 홈플러스 인수전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역별·업태별 분할매각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불리는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홈플러스의 유력한 인수주체로 거론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KKR·칼라일·CVC파트너스·TPG·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매입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사업 자체보다는 수익성에 관심이 큰 사모펀드의 속성을 고려할 때 이들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재매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홈플러스 매장이 지역별·업태별로 쪼개질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의 먹튀 논란이 유통업계에서 재현되는 것이다.

홈플러스노조는 “분할매각과 투기자본으로의 매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김기완 노조위원장은 “홈플러스 매각 문제에 2만5천여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과 2천여개에 달하는 협력업체 소속 직원의 고용이 달려 있다”며 “국내 유통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자본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할매각이나 투기자본 매각이 추진될 경우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 노조의 방침이다.

한편 홈플러스 회사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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