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에 반대해 파업을 벌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3형사부(부장판사 오성우)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명환 전 철도노조 위원장·박태만 전 수석부위원장·최은철 전 사무처장·엄길용 전 서울지방본부 본부장 등 4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면서도 업무방해죄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2013년 철도파업의 목적은 한국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에 관한 것으로 위법"이라며 "철도파업으로 사회적 혼란 및 국가경제적 손실이 발생했고 국민에게 심각한 불편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철도노조의 파업이 전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철도노조 파업이) 철도사업장의 특성상 대체인력 투입에 한계가 있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전격적으로 파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불법 쟁의행위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파업의 전격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재판부는 "(파업과 관련해) 사용자에게 충분한 예측가능성과 대비가능성이 있었다면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 형태의 파업은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강제노역을 부과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노조의 쟁의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정당성이 없는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단순한 근로제공 거부행위를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제한적·한정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지난해 정부의 철도민영화 정책 추진에 반대하며 23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경찰은 수배 중이던 김명환 전 위원장이 있는 민주노총 건물에 난입해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김명환 전 위원장은 "철도민영화를 막아야 한다는 노조의 외침에 대해 압도적인 국민이 지지를 해 주신 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코레일을 비롯한 공적기관이 사익추구가 아닌 국익을 위해 쓰이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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