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전 철도공사 이사회의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의결에 항의하며 삭발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철도 노사의 벼랑 끝 대치가 이틀째 이어졌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10일 임시이사회를 강행해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출자를 의결했다. 철도노조(위원장 김명환)는 범국민 반대투쟁으로 투쟁전선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사회 개최 직후 발표한 투쟁선언서를 통해 "철도노동자의 총파업 투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민영화로 갈 것인가, 공공철도 유지 강화로 갈 것인가라는 싸움의 첫 포성이 울렸다"고 선언했다.

◇철통경비 속 비공개 이사회=코레일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코레일 서울사옥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수서발 KTX 주식회사 설립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경찰의 철통경비 속에 12명의 이사들은 오전 8시20분께 입실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사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수서발 KTX 법인은 그동안의 민영화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코레일의 계열사로 출범하게 됐다"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모두 시대적 흐름에 따라 코레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철도 민영화 가능성은 0.1%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이사회 결정은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이사회에서 내린 결정은 무효"라며 "이사들은 업무상 배임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백성곤 노조 홍보팀장은 "11일 법원에 이사회 결정 무효 가처분 신청을 내고, 12일에는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서발 KTX 노선을 운영할 별도의 주식회사를 만들면 코레일 적자가 악화될 게 뻔한데도 이를 결정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노조 조합원과 야당·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천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서부역 앞에서 코레일과 이사회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같은날 오후에는 922개 단체들이 모인 '수서발 KTX 분할 반대·철도 민영화 반대·철도산업 개방 반대 각계 원탁회의'가 주관하는 '철도 민영화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가 서울역광장에서 열렸다.
▲ 파업 중인 철도노조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수서발KTX주식회사 설립 안건 의결을 위한 한국철도공사 임시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본부 건물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노조는 11일 민주노총 연대파업과 14일 전국 철도노동자 상경투쟁을 이어 가며 투쟁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파업을 지지하는 국제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그루지아·독일·인도·뉴질랜드·나이지리아·폴란드·루마니아 등 국제운수노련(ITF) 산하 13개국 철도·운수 노조들이 이날 일제히 각국 소재 한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한국 정부와 코레일에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정부, 초강경 대응으로 진화 안간힘=정부와 코레일은 초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파업 첫날부터 파업 참가자 4천356명 전원을 직위해제한 코레일은 10일부터는 조합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최종 업무복귀 지시' 공문을 보내고 있다.

공문에 따르면 코레일은 "불법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직원들은 지금 즉시 각 근무소속으로 복귀하기를 바라며, 정해진 복귀시한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예외 없이 손해배상 청구·파면 등 엄중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은 코레일로부터 고소를 당한 187명의 노조 간부·지부장들에게 출두요구서와 관련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3교대로 운영되는 철도 특성상 10일 오전 출근조에 직위해제 명령서가 하달되고 있다"며 "전체 직위해제 인원이 7천여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차 승무원·열차 승무원의 경우 2일 휴무 후 4일 근무를 하기 때문에 직위해제 대상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불법적인 대량 부당징계와 불법 대체근로에 대해 코레일에 법률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 철도노조와 철도민영화반대 각계 원탁회의 구성원들이 10일 오전 서울역 앞 계단에서 철도공사의 수서발KTX출자 결의 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배혜정 기자/ 윤성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