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민영화 저지 총파업 시기를 놓고 고심하던 철도노조(위원장 김명환)가 수서발 KTX 법인 설립 강행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존 투쟁방침을 재확인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 철도회관에서 3차 확대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장시간 토론 끝에 이 같은 내용의 '철도 민영화 저지 총력투쟁 계획안'을 확정했다.

수서발 KTX 법인이 설립되는 시점은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달 중 철도공사 신임 사장이 취임한 후 이사회가 구성되면, 다음달 초 이사회에서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재길 노조 정책실장은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이 매주 2~3회씩 모임을 열고 철도공사에 법인 설립을 독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쟁점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9월 초에 법인 설립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다음달 초 수서발 KTX 법인이 설립될 경우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 구체적인 총파업 시기와 방식은 위원장에게 위임했다. 법인 설립시기 등 정세변화가 있을 경우 중앙쟁의대책위원회에서 조정하기로 했다.

이달 19일부터는 지구·지부에서 파업학교를 진행하고, 지부별 농성장을 설치해 간부 철야농성에 들어간다. 아울러 국토부와 철도공사에 노정교섭과 노사교섭을 요구하고, 정당·법조계·민주노총·KTX민영화저지범대위와 각계 원로로 구성된 대정부 교섭단을 꾸려 청와대 면담투쟁을 진행한다. 신임 철도공사 사장이 철도 민영화 찬성 입장을 가진 낙하산 인사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사장 취임 저지투쟁과 이사회 저지투쟁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노조가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시점을 총파업 돌입 시점으로 정한 이유는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계기로 주요 간선노선의 민영화가 잇따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수서발 KTX 노선 분할은 철도공사의 운송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교차보조에 대한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철도공사는 결국 지방 적자노선을 폐지하거나 민간에 넘기게 될 수밖에 없다. 분할 민영화의 시작인 셈이다. 김명환 위원장이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철도 민영화의 마중물"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다.

◇"파업날짜 확정하자" 수정안 부결=노조 내부에서는 총파업 시기에 대한 이견도 나왔다.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일정을 따라가는 투쟁이 아니라 정부의 철도 민영화 정책 철회를 목표로 총파업 날짜를 확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확대쟁대위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수정안을 제출한 엄길용 서울지방본부장은 "법인 설립이라는 행정적 절차·시기가 유동적"이라며 "9월 초 법인 설립시 전면 총파업을 진행하되, 이때 법인 설립이 안될 경우 중앙쟁대위를 개최해 총파업 날짜를 확정하고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정안에 찬성하는 쟁대위원들은 "조합원들의 조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을 때 파업을 해야 한다", "정부가 철도 분할을 선전포고한 이상 법인 설립시기를 기다리지 말고 전면 투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노조는 3시간이 넘는 격론에도 원안과 수정안에 대한 의견접근이 쉽지 않자 결국 거수로 표결절차를 진행했다. 수정안은 재석인원 97명 중 27명만이 찬성해 부결됐다.

대다수 쟁대위원들이 지도부 원안을 찬성한 이유는 사장 취임이나 이사회 구성 일정이 나오지 않은 데다, 추석명절 대수송기간을 앞두고 파업날짜를 확정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쟁대위원은 "국토부가 은밀하고 치밀하게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파업날짜를 확정할 경우 잘못하다간 뒤통수를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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