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방송 씨앤앰 협력업체 임정균·강성덕씨가 프레스센터 옆 전광판에 올라 농성을 시작한 지 30일 째인 11일 파이낸스 빌딩 앞 농성 천막을 지키던 동료와 지나던 시민이 고공농성장을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씨앤앰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옥외전광판 고공농성이 11일로 30일째를 맞았다. 이날은 종교계·의료계까지 나서 정부와 씨앤앰에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희망연대노조와 노동건강연대·천주교 노동사목회·민변 노동위원회는 이날 오후 파이낸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고공농성이 30일에 이르렀다"며 "전자파 등으로 고통받는 농성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와 치료를 받고 가족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원청과 대주주는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씨앤앰과 희망연대노조·씨앤앰 협력업체 사장단이 참여하는 3자 협의체는 이날 협상을 재개했다. 3자 협의체는 씨앤앰이 해고자를 영업·설치 전문 신규업체에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노조가 이에 반발하면서 지난 12일 중단된 바 있다

이들은 "노사교섭은 해고자 원직복직과 구조조정 중단, 임금·단체협약 체결 등 노조의 요구를 올바로 타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자회견 뒤 노동건강연대 소속 의료진과 천주교 노동사목회 소속 신부가 고공농성장에 올라 건강검진을 하고 농성자들을 격려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를 찾아 씨앤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의 시민 서명지 6만부를 씨앤앰 관리·감독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에 전달했다.
 

[인터뷰] 고공농성 중인 임정균씨

"올라온 뒤에야 연대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어요"




임정균(38)씨의 자녀들은 종종 "아빠, 몇 개 남았어?"라며 전화를 걸어온다고 한다. 아이들은 아빠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 임씨는 일부러 "일이 30개나 남아서 오늘도 못 들어가"라며 아이들을 달래고 있다. 그런 날이 11일 현재 30일째다. 그래도 임씨는 "벌써가 아니라 이제 30일"이라고 웃었다. 임씨의 옆에는 든든한 동료 강성덕(35)씨가 있다.

농성자들은 컵라면이나 반찬 하나만 곁들인 밥으로 식사를 하며 추위와 어지러움·불면을 견디고 있다. 임씨는 "밑에서 노숙농성 중인 동지들을 두고 저희만 잘 먹을 수 없어 똑같이 먹는다"며 "그래도 오늘은 동료가 새벽부터 닭볶음탕을 만들어 와서 밥을 잘 먹었다"고 말했다.

그래도 무너지는 몸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방광염과 두통이 그들을 괴롭힌다. 자고 일어나면 몸이 퉁퉁 붓기 일쑤다. 그런 임씨를 지탱해 준 힘은 매일 옥외전광판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동료와 연대하러 온 시민들이다.

"올라오고 나서 연대의 힘이 대단하다는 걸 배웠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셔서 승리를 확신하는 힘이 되고 활력소가 돼요. 얼마 전엔 언론노조가 스케치북에 직접 그림을 그려서 카드섹션 응원을 해 줬어요. 찾아온 대학생들도 기억이 많이 나고요. 진료를 위해 달려와 준 의료진까지…. 모두 고맙죠."

이날 재개된 3자 협의체 교섭에 대해 임씨는 "사측이 더는 시간을 끌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사측이 언론플레이를 하고 사회적 비판을 피하려 해도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계속 분쟁에 휩싸이고 수익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지금 적정 업무시간도 못 지키고 점심까지 거르며 일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회사가 상생을 못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은 전면파업과 현장투쟁밖에 없어요. 더는 시간끌기도, 거짓말도 그만두기를 바랍니다."

임씨는 최근 사회 각계의 지지와 연대가 모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돌아갈 때까지 남은 숫자를 하나씩 줄여 말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려가면 당장 비정규직과 더불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과제인 세월호 집회 현장에 가서 함께하고 싶다"며 "내려간 뒤의 일은 그때 고민하고, 지금은 여기서 건강유지에 힘쓰며 농성을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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