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망연대노조 소속 케이블방송·통신노동자들이 2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총파업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케이블·통신 대기업과 비정규 노동자들의 교섭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가까스로 재개된 씨앤앰 노사협상에서는 사측이 기술직인 해고자를 사실상 영업직으로 신규채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통신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씨앤앰은 지난 1일 오후 열린 3자 협의체 2차 교섭에서 '영업·설치를 전문으로 하는 신규 협력업체'를 만들어 해고자들을 신규채용하겠다고 제안했다. 회사에 따르면 해당 업무는 기사 한 명이 영업·설치를 동시에 하되 자사 상품을 쓰지 않는 미가입자의 집을 무작위로 방문해 가입을 권유한 뒤 설치를 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업계에서는 방문판매(방문)로 불린다. 수리(AS)·설치기사나 내근 사무직인 해고자들의 업무형태가 영업직으로 바뀌는 셈이다.

씨앤앰 제시안에 노조 반발

노조는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시권 희망연대노조 교섭대표단 간사는 "티브로드에 여러 지역을 떠돌면서 영업하는 방판 전담 영업부서가 있는데, "조합원들의 스트레스가 심해 노조가 부서 폐지를 요구했을 정도"라며 "자기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몰아넣고 갑자기 영업을 뛰게 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조는 해고자들이 속한 지역의 다른 협력업체들이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업체들이 재하도급을 주는 대신 해고자들을 채용하면 정원(TO)도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씨앤앰은 "현실적 제약이 많다"며 이를 거부했다.

노조는 "사측이 해고자 문제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안을 내놓고, 나머지 논의는 회피하고 있다"며 "MBK파트너스로 향하는 각계의 비판을 모면하려 형식적 교섭을 이어 간다는 의혹을 없애려면 노조가 수용 가능한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홍명호 씨앤앰 홍보부장은 "수리·설치기사들도 영업업무를 함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했던 대로 하면 된다"며 "최대한 빠르게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부장은 "해고자 문제 외에 나머지는 원청이 교섭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공농성자 건강 악화

농성자들은 노조 요구안이 수용될 때까지 고공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변수는 농성자들의 건강이다. 최근 농성자들을 만난 최규진(의사·노동건강연대)씨에 따르면 농성자들은 추위와 전자파로 인해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다. 내장기능 저하와 심한 방광염·두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면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씨앤앰지부·케이블방송비정규직지부와 함께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케이블방송통싱비정규직 공동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파이낸스센터 앞까지 행진했다.

SK브로드밴드지부는 14일째, LG유플러스지부는 13일째 파업을 벌였다. 두 지부는 이번주부터 집중교섭에 들어갔지만 핵심 쟁점인 임금체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협력업체 교섭을 위임받은 한국경총은 업무 건수를 반영한 기본급에 실적급을 더하는 임금체계 도입을 요구했다. 노조는 "기존 건당수수료제와 똑같은 방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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