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상 비정규 노동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6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 노동자는 607만7천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1천명(2.2%) 늘었다.

특히 시간제 노동자가 203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14만8천명(7.9%) 증가하며 비정규직 규모를 키웠다. 정부의 시간선택제 정책에 힘입어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택한 노동자가 증가했다. 그러나 시간제 일자리의 질은 정규직은 물론 기간제 일자리와 비교해도 열악한 수준에 머물렀다.

◇시간제 일자리 좋아졌나?=2002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뒤 비정규직 규모가 처음으로 600만명을 상회했지만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32.4%로 지난해 같은달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 전반이 늘어난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간제 노동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8월 기준 시간제 규모는 203만2천명으로, 비정규직 3명 중 1명(33.4%)꼴이었다. 업종별로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 종사자 비중이 컸다.

시간제 일자리를 둘러싼 각종 지표가 개선된 것도 눈에 띈다. 일자리 선택 동기를 묻는 질문에 시간제 노동자의 47.7%가 '자발적 사유'를 꼽았다. 전년보다 3.3%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밖에 시간제 노동자의 국민연금·고용보험 가입률이 소폭 오르고, 퇴직금과 시간외수당 적용률이 다소 상승했다. 근로계약서 서면작성률과 임금이 안정적으로 지급되고 있음을 뜻하는 월급제 적용률도 높아졌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나머지 고용형태를 배제한 가운데 시간제 일자리의 변화만을 살핀 것이다. 일종의 착시효과다. 시간제 일자리의 처우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다른 고용형태와 비교할 경우 여전히 열악한 일자리라는 얘기다.

◇임금·근로복지 여전히 나빠=지난해 8월에서 올해 8월 사이 증가한 시간제 노동자 14만8천명 중 7만4천명(50%)은 15~29세, 7만9천명(53.4%)은 60세 이상에 집중됐다. 취업취약계층인 청년층과 고령층이 시간제 일자리로 몰렸다는 뜻이다. 나머지 연령대에서는 시간제 규모가 정체되거나 줄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와 서비스·판매종사자에서 시간제 비율이 늘었다. 대표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 일자리다. 시간제 일자리의 고용안정성을 의미하는 평균 근속연수는 1년6개월로 전년보다 1개월 줄었다. 기간제(2년5개월)나 정규직(7년1개월)보다 현저히 짧다.

시간제의 근무시간 대비 임금수준도 낮다. 시간제와 기간제의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각각 19.7시간·34.6시간으로, 기간제 노동자의 노동시간이 1.7배 길다. 그런데 시간제와 기간제의 월 평균임금은 각각 66만2천원·158만3천원으로, 임금격차가 2.4배로 벌어졌다.

노동시간 차이보다 임금 격차가 훨씬 크다는 말이다. 시간제와 정규직의 노동시간 차이는 2배인데, 임금 격차는 4배나 됐다.

사회보험 가입률도 마찬가지다. 시간제만 놓고 보면 예년보다 가입률이 늘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경우 시간제·기간제·정규직의 가입률은 각각 14.6%·58.5%·82.1%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도 비슷한 양상이다.

근로복지 수혜율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퇴직금 적용률은 시간제·기간제·정규직 각각 13.1%·61.5%·82%다. 상여금 수혜율은 시간제·기간제·정규직 각각 16.5%·55%·83.5%로 격차를 보였다. 임금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월급제 적용률은 시간제·기간제·정규직 각각 37.5%·44.6%·71.7%로 파악됐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를 과감하게 줄이면서, 일자리의 질이 담보되는 ‘전환형 시간제 일자리’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배 본부장은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나 개인의 생애주기에 따른 욕구를 감안할 때 앞으로 시간제 일자리가 점차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가 공공부문부터 ‘정규직-시간제-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제공해야 ‘시간제 일자리는 싸구려 일자리’라는 논란을 불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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