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 민영화 반대와 의료공공성 강화 등을 요구하며 경고파업에 나선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24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24일 오후 2시께 서울역광장. 노란색 선캡으로 햇살을 가리고, 손에 부채를 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피서객 같은 차림새였지만 사람들은 주위의 그늘을 마다했다. 광장 한복판에서 초여름의 더운 햇살을 받았다. 그들은 촘촘히 모여 앉아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가 배포한 선캡과 부채에 쓰인 글귀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의료 민영화 저지!”

“의료 민영화 안 돼!”

노조는 이날 오후 '총파업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루 일손을 놓고 전국에서 4천여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질기고 강한 투쟁"을 다짐했다.

◇일손 놓은 병원노동자들=무대 먼 쪽에서 ‘충남대병원지부’라고 쓰인 깃발 근처에 있던 김동보(56)씨. 그는 충남대병원지부장이다. 50여명의 지부간부·대의원들과 함께 하루 파업에 나섰다. 김 지부장은 “이대로 가면 큰일 날 것 같아서 파업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가면 사람들이 꼭 필요하지 않는 물건도 사게 되잖아요. 호텔·여행·부동산 사업을 허용하는 것은 병원을 백화점으로 만드는 겁니다. 의료체계 근간이 무너지는 일이죠. 그런데도 어떤 사회적 대화도 없어요. 말이 안 되지 않나요?”

충주의료원 원무과에서 일하는 마아무개(35)씨도 16명의 동료들과 함께 이날 서울로 올라왔다. 마씨는 “지방의료원에서 일하면 병원비가 없는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며 “의료가 민영화되면 병원비 폭등을 일으켜 사회적 약자를 더욱 아프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지현 위원장 "오늘부터 총력투쟁"=파업에 참여한 지부들의 깃발이 입장한 뒤 노조의 상반기 투쟁을 요약한 영상이 펼쳐졌다. 이달 11일부터 20일까지 단식투쟁을 전개한 유지현 위원장이 무대 위에 올랐다.

유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장성요양병원 화재참사에도 정부는 반성과 책임은커녕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민 3분의 2가 반대하고 국회에서 법 개정 논의조차 하지 않은 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돈벌이 대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늘부터 우리는 산별 총파업 총력투쟁을 시작합니다.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라는 국민의 명령에 충실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든 국민이 돈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무상의료가 전국 방방곡곡 실현될 때까지 보건의료 노동자로서 자랑스럽게 투쟁합시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 총궐기 투쟁을 앞둔 상황에서 그 포문을 열어 준 조합원들에게 깊은 동지애를 느낀다”며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힘 있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의료 민영화 정책 철회하라"=이날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40분께 서울역광장을 출발해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후 해산했다. 노조는 이날 경고파업을 시작으로 28일까지 집중투쟁을 전개한다.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규탄 결의대회와 지역본부별 의료 민영화 반대 동시 기자회견, 대시민 캠페인과 촛불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는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입법예고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22일까지 정부에 의료 민영화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7월22일 2차 파업에 나설 것”이라며 “무기한 산별 총파업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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