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이나 감전위험이 높은 일을 주로 하는 케이블방송 노동자들이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안전보호구 지급률은 50%를 넘지 못했고, 산재발생률은 우리나라 평균의 50배를 넘었다.

케이블방송·통신 공공성 실현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와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케이블·통신 노동자들의 산업안전보건 실태보고 및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에서 노동환경건강연구소·산업노동정책연구소는 유선방송사업자인 씨앤앰과 티브로드의 원·하청 노동자 9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업안전보건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설치·AS 기사들이 반드시 착용해야 할 각종 안전보호구 지급률이 턱없이 낮았다. 미끄럼 방지 안전화 지급률은 7.9%, 절연장갑은 29.9%밖에 되지 않았다. 절연화 지급률은 7.7%로 가장 낮았다. 기본 안전장비인 안전모와 안전대 지급률도 각각 48%와 48.6%에 그쳤다. 전신주와 옥상에서 주로 작업하기 때문에 감전이나 추락 위험이 높은 설치·AS 기사들에게 필수적인 보호구들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사들은 악천후에도 위험작업에 동원되고 있었다. 77.6%는 “강풍이 부는데도 옥상작업을 한다”고 답했다. 비 오는 날과 눈 오는 날에 작업을 한다는 비율도 79.3%와 83%나 됐다. 기사들 중 절반이 넘는 57%는 “고소작업시 안전벨트를 걸수 있는 곳이 없어 그냥 작업한다”고 밝혔다.

위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안전보호구를 지급하거나, 기상사태 불안정시 작업을 중지시키도록 사업주의 의무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무색한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해율도 높았다. 조사 대상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발생률은 31.5%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산재발생률(0.59%)을 50배 이상 웃돌았다. 일을 하다가 다쳐 산재처리가 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정용식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케이블 노동자들은 전주와 옥상·창문·난간 등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는데도 관련 법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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