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 등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 운동본부 회원들이 10일 오전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정부의 병원 영리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 추진을 규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정부가 의료법인이 영리추구를 할 수 있도록 부대사업을 확대하고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나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을 골자로 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보고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의료 민영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에 맞서 행정소송과 입법투쟁,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박근혜 정부의 의료제도를 둘러싸고 거센 소용돌이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 "병원 수익사업 다양화해야"=이날 복지부가 보고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장례·주차 등 환자 편의제공에 한해 허용해 온 부대사업 범위를 △의약품·의료기기 연구개발 △숙박업 △체육시설 △목욕업 △건물임대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한다. 해당 사업을 위해 병원이 영리자회사를 세우는 것도 허용된다.

다만 복지부는 △성실공익 의료법인에 한해 허용 △순자산의 30% 이하 투자 △위반시 설립허가 취소 등의 요건을 달았다.

복지부는 “그동안 의료법인이 할 수 있었던 부대사업의 폭이 좁아 특별한 제한이 없는 학교법인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며 “자회사 사업범위는 부대사업 중 외부자본조달과 전문경영이 필요한 분야로 한정하고, 부당내부거래는 금지하는 등 사익추구 남용방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이달 1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한다. 복지부는 해당 가이드라인을 11일 공식 발표한다.

◇"의료공공성 기반 붕괴 우려"=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은 다르다. 정부의 정책이 그동안 금지해 왔던 의료법인의 영리추구 행위를 허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유지현)는 “영리자회사 허용은 정부가 역사상 처음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와 이익배당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며 “민간병원의 이익반출 금지를 기반으로 유지되던 의료공공성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절차상의 문제도 제기된다. 국민의 안전·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종보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의료법 시행령(제20조)이 의료기관의 영리추구를 금지하고 있는데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은 이에 어긋난다”며 “정부의 정책이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정확한 행정절차를 거쳤는지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현재 민변과 함께 복지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야당 의원들과 함께 병원의 자회사 설립 금지를 명시한 이른바 ‘의료 민영화 방지법’도 발의한다. 정부가 해당 정책을 강행할 경우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한편 양대 노총 등 100여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영리자회사 허용에 대한 반발하며 총력투쟁을 예고했다.

범국본은 “세월호 참사로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정부가 이제는 의료 민영화로 국민 전체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려 든다”며 “국민들과 함께 오만한 '자본을 위한 정부를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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