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소속 노동자들과 벌인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통상임금 범위를 지도해야 할 주무부처가 정작 내부 노동자들에게는 통상임금 범위를 좁게 적용하다 망신을 당한 셈이다.

13일 한국노총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제42민사부(재판장 마용주 판사)는 노동부 직업상담원노조(위원장 이상원) 노동자 92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청구소송에서 "가족수당과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노조에는 노동부 각 지역 지방고용노동청 고용센터에서 취업알선과 실업급여 지급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다. 노조는 2012년 11월 노동부를 상대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기본급여만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을 산정해 법정수당을 지급해 왔다"며 3년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수당 등 법정수당 3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울러 4천만원 상당의 미납입 퇴직연금 지급을 요구했다.

노동부는 재판 과정에서 "상여금은 생활보조적·복리후생적 급여에 불과하고, 실제 근무 여부나 근무실적에 따라 지급액이 달라져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수에 따라 지급하는 가족수당의 임금성도 부인했다.

법원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상여금이 매달 50%씩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 지급됐고, 중도 입·퇴사자에게도 해당 월의 근무일수에 따라 일할 계산돼 지급됐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노동부가 부인한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으로 봤다. 재판부는 "부양가족이 있는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당해 부양가족의 수에 연동된 수당을 지급하는 등 피고가 일정요건을 구비한 근로자에게 가족수당을 일률적으로 지급해 왔다면 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노동부가 제기한 신의칙 위배에 대해서도 "추가 부담액(3억5천만원)이 노동부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을 위태롭게 할 만한 재정적 부담을 야기하지 않는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 판결에 따라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맞게 노동부가 행정해석(통상임금 산정지침)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노동부 행정해석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은 1임금산정기간인 1개월을 초과해 지급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노동부가 그동안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임금과 통상임금 행정해석을 고수하다 패소했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임금 정의와 통상임금 범주에 대해 폭넓게 인정하는 쪽으로 행정해석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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