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의 범위를 이른바 ‘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으로 정하는 입법방안에 대해 노동문제 전문가들이 "시기상조"라는 진단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재직자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열거(포지티브)하거나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임금을 열거(네거티브)하는 방식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노사정소위가 이달 15일까지 통상임금과 근로시간, 노사·노정관계 개선방안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노사정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 지원단이 "통상임금과 관련해 네거티브 입법방안을 유보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원단은 10일 통상임금을 주제로 국회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발제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매일노동뉴스>가 8일 입수한 발제문에 따르면 지금까지 노사정소위에서 다뤄진 통상임금제도 개선안은 크게 4가지다. 예컨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규정하거나(홍영표 의원안) 소정근로의 대가로 이해하고 그중 일정비율을 통상임금으로 제도화하는 방안(임금제도개선위원회 다수안)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실질적 요소와 지급형태상의 일률성·정기성을 요소로 규정하는 방안(심상정 의원안) △소정근로의 대가라는 실질적 요소와 지급형태상의 일률성·정기성·고정성을 요소로 이해하는 방안(판례의 입장) △통상임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안(현재 정부의 방침) 등이다.

정부가 내놓은 네거티브 방안은 통상임금에 대한 추상적 개념을 없애고 해석상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지난해 임금제도개선위도 이를 주요하게 검토한 바 있고, 최근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유사한 입법방안을 검토했다. 다만 정부는 통상임금 제외금품을 시행령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위임해 달라는 입장인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검토안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정의조항에 통상임금의 개념을 명시하고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열거하는 방안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해 지원단은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과 관련해 ‘재직자 요건’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판례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다”며 “입법적 결단을 통해 해당 문제를 풀거나, 판례법리의 발전을 기다려 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임금을 열거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사용자들이 해당 항목에 ‘재직자 요건’을 붙여 통상임금 적용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원단은 “입법적 결단이 없거나 판례법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안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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