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임금·근로시간·근무형태 등 기존의 고용노동제도와 관행을 개혁하는 ‘신(新)고용노동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중앙 단위 사회적 대화와 지역노사민정협의회를 활용한 지역·업종 단위 사회적 대화로 시급한 노동현안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는 노동계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 참여를 설득하겠다”고 덧붙였다.

◇방하남 장관 "양대 노총 만나겠다"=노동부는 이날 4대 정책목표와 11대 전략을 보고했다. 4대 정책목표는 △청년, 일할 기회 늘리기 △여성, 맘껏 능력 발휘하기 △저소득층, 일을 통한 복지 확충 △새로운 미래를 여는 신고용노동시스템 구축 등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동문제보다는 고용정책에 대한 비중이 컸다.

이날 노동부가 밝힌 올해 노정관계에 대한 전략은 ‘사회적 대화를 통한 신고용노동시스템 구축’으로 요약된다. 신고용노동시스템의 구체적 내용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장시간 근로 감소 및 생산성 향상 △고용보험제도 사각지대 해소와 실업급여 보장수준 확대 △시간선택제 등 다양한 근무형태 확산 △임금체불 근절·최저임금 준수·서면근로계약 체결 △부당노동행위·불법파업 엄정대응 △공공기관의 위법·불합리한 제도·관행 개선 등이다.

대부분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맞물린 사안이다. 노동부는 중앙 단위 노사정 대타협과 지역 단위 노사민정 협력선언을 동력 삼아 이 같은 노동현안을 풀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업무보고에는 지난해 민주노총 경찰 난입사건 이후 사회적 대화 불참을 선언한 노동계를 대화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담기지 않았다.

방 장관은 전날 진행된 사전브리핑에서 “양자가 주먹을 쥐고 있으면 악수를 할 수 없다”며 “일단은 주먹을 펴고 서로 악수를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 장관은 이어 “조건 없이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한국노총도 민주노총도 모두 중요한 사회적 대화의 파트너이고, 필요하다면 양대 노총 모두 만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 "노동자 불만 못 보는 정부"=노동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노동계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노동자들의 불만을 전혀 꿰뚫어 보지 못하고 있다”며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공공부문 옥죄기가 갈수록 심해지고, 사용자들에게 유리한 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이 효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노총도 “민주노총 유린사태와 같은 극단적인 노동탄압으로 양대 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사정 열린 대화’같은 비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며 “최근에 나온 쌍용자동차 부당해고 판결이나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갈등 같은 현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노동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노동문제에 대한 정부와 노동계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노조 자격 박탈 시비와 철도노조 파업 등으로 살얼음판을 걸었던 지난해 노정관계에 최악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

노동부의 시각은 다르다. 노동부는 이날 업무보고에서 “정부 초기에도 불구하고 분규발생건수와 근로손실일수가 감소하는 등 지표상 현장의 노사관계는 전반적으로 안정됐다”며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대응으로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관계 정책기조가 확립되고, 중앙공공기관과 지방의료원의 위법적인 규약과 불합리한 단체협약 개선을 통해 해묵은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했다”고 자평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