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단기간 일한 노동자에게 발생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7일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5행정부는 지난달 18일 대우조선해양에서 10개월간 도장업무에 종사한 김아무개(36·남)씨에게 발병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2003년 4월 대우조선해양에 입사해 도장작업과 스프레이 보조수 업무를 담당했던 김씨는 이듬해 2월 전남대 의대에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발병 후 회사를 그만두고 투병을 하던 김씨는 2008년 5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을 했지만 불승인됐다. 2010년 12월 재차 제기한 산재신청도 불승인되자 김씨는 서울행정법원에 공단의 산재불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불승인 처분이 유지됐다. 1심 재판부는 사업장에서 벤젠이 검출됐다는 자료가 없는 점과 10개월가량 짧은 근무가 백혈병 발병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공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김씨의 질병을 업무상재해로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증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며 "원고가 회사에 입사해 도장작업을 하면서 노출된 벤젠 등이 백혈병을 발병케 했거나, 다른 요인과 함께 작용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돼 발병을 촉진한 원인이 됐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근무력이 불과 10개월에 불과한 노동자에게 발생한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이다. 이전까지 법원에서 인정됐던 백혈병 사례의 경우 최소 노출기간은 2년 이상이었다.

사건을 담당한 김종귀 변호사는 "백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벤젠에 1년 미만 노출된 경우라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한 최초의 사건"이라며 "노출기간과 노출의 수준을 두고 산재인정 문제를 다투고 있는 삼성백혈병 사건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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