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영길ㆍ천영세ㆍ남상헌 등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한 공권력 진입에 항의하며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1층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정기훈 기자
지난달 22일 경찰력 난입사태를 계기로 정권 퇴진투쟁을 선언한 민주노총이 새해 벽두부터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직 위원장들이 포함된 민주노총 지도위원들은 2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층 로비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농성에는 남상헌·박순희·천영세 지도위원, 권영길·이갑용·단병호·이수호·조준호·임성규·김영훈 전 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정권의 민주노총 침탈에 항의하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이 땅 노동자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함께할 것을 호소하기 위해 단식투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청계천광장 전태일동상 앞에서 수도권 지역본부와 산별연맹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시무식을 개최했다. 매년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서 시무식을 했던 민주노총은 정권 퇴진투쟁 결의를 모으기 위해 시무식 장소를 청계천으로 옮겼다. 신승철 위원장은 “총파업 투쟁으로 노동탄압을 분쇄하고 노동자 권리를 지키는 한 해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민주노총은 3일 오후에는 서울역광장에서 단위노조 대표자·대의원 결의대회를 열어 9일로 예정된 2차 총파업을 결의한다.

민주노총은 철도노조 파업 철회와 무관하게 이달 9·16일과 다음달 25일 총파업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달 28일 1차 총파업 결의대회에 10만여명이 참가하면서 대정부 투쟁 분위기는 고조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철도노조가 파업을 중단하면서 분위기가 주춤한 것도 사실이다.

민주노총은 예정된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정권 퇴진을 요구했을 때 “아직은 정권 퇴진요구를 공식화할 시기는 아니다”는 입장이었다. 그런 가운데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반려와 전교조 노조 아님 통보에 이어 경찰력 난입사태까지 벌어지자 대정부 투쟁을 전면화한 것이다. 이날 다양한 성향의 전직 위원장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단식농성에 들어간 것도 민주노총 내부 분위기를 보여 준다.

초대 위원장과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낸 권영길 지도위원은 “경찰이 민주노총 건물을 침탈한 것은 민주노총 조합원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짓밟은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 지도위원들이 집단 단식농성에 나선 배경에는 철도노조 파업이 끝나면서 주춤해진 투쟁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노조 파업에 우호적이었던 여론을 공공부문 민영화 반대투쟁과 정권 퇴진투쟁으로 이어 가야 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정호희 대변인은 “지도위원들의 단식농성은 철도노조 파업이 끝나기 전부터 거론된 것으로 결정적 계기는 경찰의 침탈”이라며 “총파업 분위기를 모아 내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의 민영화 반대투쟁을 민주노총이 받아안았다”며 “노동자와 국민 여러분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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