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의 파업이 정부와 노동계의 정면대결로 치닫고 있다. 민주노총 사무실을 경찰들이 난입해 초토화시킨 사건으로 한국노총은 모든 노사정 대화기구 불참을 선언했다. 28일 열리는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한국노총이 대규모로 참가할 경우 노정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운동 위기 때마다 손을 맞잡고 국면을 전환했던 양대 노총의 공조가 이번에도 위력을 발휘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국 뒤흔든 양대 노총 공동투쟁

양대 노총 공동투쟁의 역사는 김영삼 정부와 신한국당이 정리해고 법제화와 변형근로제 도입 등을 담은 노동관계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노총은 그해 12월26일 '노동법 개악 저지 총파업'을 선언했다. 이어 한국노총이 가세하면서 정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박인상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명동성당에서 손을 맞잡고 연대투쟁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양대 노총은 이듬해 1월 말까지 3천206개 노조, 연인원 359만7천명을 동원하며 한국전쟁 이후 최대 규모의 정치총파업을 벌였다. 97년 1월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강하게 비난했던 김영삼 대통령은 결국 1월21일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관계법을 재논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현직 대통령이 공포까지 한 법률을 국회로 돌려보낸 전무후무한 사건이었다. 양대 노총이 뭉쳤을 때 생기는 사회정치적 파급력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였다.

양대 노총이 다시 손을 잡은 것은 2004년 정부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공무원노조법과 파견 허용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비정규직법을 밀어붙일 때였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004년 10월 비정규직법 강행처리 반대와 공무원 노동 3권 보장을 내걸고 공동투쟁본부를 꾸렸다. 이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해 11월15일 공무원노조가 사상 최초로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노동문제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그러자 양대 노총 공동투쟁의 수위가 점점 높아졌다. 같은달 26일 이부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양대 노총 위원장과 회동을 갖고 “비정규직 관련 법안은 충분한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비정규직법 연내처리 방침이 꺾인 것이다.

2005년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논란이 일자 양대 노총 위원장은 함께 단식농성에 돌입하는 등 공동투쟁의 보폭을 이어 나갔다. 비정규직법은 2007년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2009년에는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를 담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을 두고 양대 노총이 공동투쟁에 나섰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에 민주노총도 한목소리를 냈다. 결국 노조법과 관련해 ‘협상 불가’를 외쳤던 이명박 정부를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양대 노총의 공조는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노총이 독자적으로 노사정 합의안에 서명하면서 그해 12월 13년간 유예했던 노조법이 개정됐다.

양대 노총의 공조는 2011년 재가동됐다.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과 김영훈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해 4월 공동 시국선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지 않으면 노동계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어게인 96~97년 가능할까

내년 1월 임원선거를 앞두고 보수-개혁 구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노총은 이번 민주노총 경찰 난입 사태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23일 열린 긴급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에서 철도노조 파업 지지 여부를 놓고 일부 산별연맹이 반발했지만 정부가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을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노사정 대화기구 불참’은 2009년 노조법 개정 논란 이후 처음이다. 한국노총 내부에서 그만큼 중대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긴급하게 소집된 회원조합대표자회의여서 정족수를 넘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컸지만 29명 중 23명이 참가했다”며 “28일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문진국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대규모로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24일 수도권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총파업 집회에 동참하라는 지침을 산하조직에 내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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