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불법폭력침탈 규탄 사회각계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양대 노총은 물론 시민·사회·정당·법률·종교계까지 반발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23일 확대간부 파업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행동전에 돌입했고, 한국노총은 정부와의 모든 대화에서 불참을 선언했다. 반면 정부는 강경일변도의 태도에서 한 치도 움직이지 않고 있어 노정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각계각층 분노 "정부, 노동자와 전쟁 선언"=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만과 독재의 시대를 투쟁으로 끝장내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미 여러 차례 대화로 해결하지 못하면 박근혜 대통령에 책임을 묻겠다고 했고, 민주노총을 침탈하려면 정권의 운명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오늘부터 민주노총 전조직이 박근혜 정권 퇴진 행동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신승철 민주노총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민주노총 앞에서 개최한 전국 확대간부 파업 결의대회에서 28일 총파업 조직화를 당부하면서 "정부는 철도·의료민영화, 55세 이상 파견법 확대를 선언했고, 민주노총이 투쟁하지 않으면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수서발 KTX 면허발급 중단·국회 소위 구성 등 철도노조의 5대 요구안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5대 요구를 가지고 말잔치를 벌인다면 1천500개 연대단체와 국민저항이 들불처럼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에 대한 정부 사과와 책임자 처벌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비롯해 정부와의 모든 대화를 일체 중단한다"고 밝혔다.

종교·시민·사회단체들도 이날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2월22일은 박근혜 정부와 경찰에 의해 벼랑끝으로 내몰린 민주주의를 국민의 힘으로 되살리는 대장정을 시작한 날"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불통·불신·공포정치를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들은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도노조의 정당한 파업과 국민요구에 폭력으로 응답하는 박근혜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밝혔고, 경실련·참여연대 등도 같은 자리에서 "철도 민영화 강행, 철도파업 강제진압 시도를 중단하고 즉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당 내 '대화 필요성' 대두= 정부의 강경몰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만 정작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론'을 고수하며 강경대응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개최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시민·사회계의 사회적 대화요구를 "원칙 없는 적당한 타협"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일변도 태도에 새누리당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미 상당수 국민이 정부의 사태해결 방식에 대한 비판과 의구심을 피력하고 있는데다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 대 강'으로만 대응하다간 내년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새누리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날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서서 노조와의 대화를 주장해 이목을 끌었다. 김성태 의원은 "그동안 노조와 정부가 절대적 소통이 부족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신뢰의 실종이 심각하다.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지적했고, 이완영 의원은 "고용노동부는 합법·불법 파업이든 노조간부를 만나야 된다"며 "파업에 들어가고 나서 장관이나 실무자들이 노조간부와 얘기해 본 적이 있냐"고 거들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폭력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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