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또다시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써 당진공장은 올해 벌써 8건의 사고로 12명의 노동자가 근무 중 사망했다.

8일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조민구)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7시20분께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유젯(주) 소속 이아무개(37)씨가 의식을 잃고 쓰려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당진종합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씨는 사고 당일 고로에 바람을 주입하는 설비인 풍구 교체작업을 벌였다. 사고 전날 풍구 누수현상을 시정하라는 근로감독관의 지적에 따라 고인은 자정이 넘도록 보수공사를 진행했다. 사고 당일에도 아침 8시30분께 출근해 퇴근시간을 한참 넘겨 잔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민구 지회장은 “작업현장에서 3명이 같이 근무했는데 이씨가 ‘나 너무 힘들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며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고 말했다. 조 지회장은 “뜨거운 고로 옆에서 무거운 방열복을 입고 그렇게 오랜 시간, 많은 양의 작업을 하면 땀을 흘려 탈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족은 “회사가 지병으로 몰고 가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이씨의 유족인 홍아무개(56)씨는 “회사는 경찰 추정이라며 심근경색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며 “처남이 심장 문제로 병원을 다닌 적도 없고 약을 먹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잘릴까 봐 항의 한번 못하고 고로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올해 5월 가스누출로 하청노동자 5명이 숨졌다. 지난달 26일에는 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점검작업을 하던 노동자 1명이 가스누출로 사망하는 등 ‘죽음의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이씨가 숨지기 나흘 전에는 지붕에서 안전점검을 하던 노동자가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분류하고 정밀종합안전진단을 실시했다.

조 지회장은 “원청이든, 노동부든 실질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작업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총체적인 안전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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