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수익성 악화에도 돈잔치.’

26일 금융소비자원이라는 소비자단체가 국내 은행 11곳의 직원 임금을 공개하자 한 언론사가 이를 인용하며 뽑은 헤드라인이다. 이 단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11개 은행의 정규직 직원의 평균 급여가 2010년 8천300만원에서 지난해 1억200만원으로 2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은행별로 임금인상률도 공개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2년간 44.95%, 씨티은행은 31.7%, 부산은행은 26.7%, 우리은행은 20.5% 급여를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임금인상률에는 허수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전체 급여는 일반 급여에 퇴직급여 등을 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소비자원은 은행급여를 추산하면서 퇴직급여는 물론 명예퇴직 직원에게 준 퇴직금까지 더했다. 게다가 일부 은행의 경우 직원뿐만 아니라 임원 급여도 평균 급여에 포함시켰다. 이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을 활용해 추산했기 때문에 임원 급여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전체 급여 총액을 직원수로 단순하게 나눠 값을 내면서 항목을 부풀린 것이다.

최대 임금인상률을 기록했다는 하나은행의 경우 급여총액 7천588억1천200만원을 직원수 9천351명으로 나눠 추산했다. 그런데 급여총액은 급여 6천150억6천800만원에, 퇴직급여 1천294억5천만원과 명예퇴직급여 142억9천400만원을 더해 만들어졌다.

퇴직급여는 충당금으로 적립하는 것으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돈이다. 명예퇴직급여는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 11개 은행 모두 같은 방식으로 급여총액을 추산했다. 성낙조 금융노조 부위원장은 “지난 5년간 임금인상률이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쳤는데 어떻게 20% 인상했네, 40% 인상했네 하는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무슨 근거로 집계했는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성 부위원장은 “은행의 수익성 악화를 따지려면 노동자 임금을 가지고 말할 게 아니라 원인을 짚어야 한다”며 “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관치금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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