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

카페베네 본사 소속으로 직영점인 서울 프레스센터점 점장으로 일하던 이수현(29·가명)씨는 지난달 31일 회사로부터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매장에서 근무하라는 인사발령을 받았다. 이씨가 근무하던 매장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서울에서 왕복 출퇴근 4시간이 걸리는 매장이라 도저히 일을 계속할 수가 없다”며 “4년 동안 주말도 없이 일했는데 회사측은 일방적인 통보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이씨는 사직을 결정했다.

자진퇴사 가장한 부당해고 논란

청년유니온(위원장 한지혜)은 1일 “카페베네가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경기도 동두천으로 발령하는 등 사실상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 자진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해고조치를 강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니 직원들이 지쳐서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만들겠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카페베네 전체 직영점 30여곳 중 가맹점 전환을 추진하는 매장은 서울·경인지역 7개 매장이다. 직영점 30여곳에서 근무하는 본사 소속 정규직 직원은 140여명이다. 카페베네는 6월26일 “기존 직영점 매장의 위탁운영 결과 수탁자와 본사 모두 수익을 창출하는 결과가 나와 추가로 위탁운영 대상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후보 매장은 천호점·강남대로점·프레스센터점·노원교보점 등 22개였다. 카페베네는 거의 모든 직영점을 위탁운영할 계획이다.

“배신감에 잠도 안 와”

그러자 카페베네 본사 소속 직원 10여명이 청년유니온에 가입했다. 고용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2010년 바리스타로 입사해 현재 점장으로 일하는 최지현(23·가명)씨는 “충분한 이야기도 없이 회사는 가맹점주 밑에서 일할지, 퇴사할지 선택하라고 강요했다”며 “자존심도 많이 상했고 배신감에 잠도 안 온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입사한 박한철(28·가명)씨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며 “카페베네 본사 직영점이라서 입사를 결정했는데 갑자기 개인사업자 소속으로 일하라니 강제퇴사와 다름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청년유니온, 본사에 단체교섭 요구

청년유니온은 이날 오후 서울 청담동 카페베네 빌딩 회의실에서 회사 관계자들을 만나 단체교섭 요청서를 전달했다. 본사 관계자는 “위탁운영 결정에 따른 직원들의 문제에 대해 타 직영점으로 발령을 내거나 가맹점주가 고용승계를 하거나 사직을 원하면 권고사직으로 처리해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방침을 정했다”며 “최대한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직원들과 의견조율이 안 된 매장은 위탁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청년유니온은 조합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본사와 교섭한다는 방침이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직영점이 가맹점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고용이 위태로워진 상황”이라며 “부당해고로 보이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청년유니온은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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